직장 이야기

월급은 내손에 오기 전에 다 나가 버린다.

행복한 까시 2010. 10. 18. 07:10

 이번 주에 월급날이 들어 있다.

월급 때가 되면 아내는 가계부를 정리한다. 아내가 정리하는 돈의 내역도 회사 경리부서 만큼이나 복잡한다. 가계부를 들여다 보면 머리가 아프다. 가끔 아내에게 농담처럼 이야기 한다.

"난 말이야 돈을 많이 벌어도 걱정이야. 돈계산을 잘 할줄 몰라서...."

아내가 이야기 한다.

"걱정하지 마셔요. 돈 많이 벌면 돈 계산하는 사람 두면 되거든요. 그런 걱정 하지 말고 돈 세는 것 걱정하는 만큼 돈이나 벌어 왔으면 좋겠어요."

맞는 말이다. 별걱정을 다 한다. 돈만 많이 벌면 그런 것은 저절로 해결되는 일인 것이다.

 

 가계부를 들여다 보았다.

우리가 지불해야 할 돈의 항목도 다양하다. 제일 많은 것이 카드대금이다. 그다음으로 보험료, 아파트 관리비, 대출금 이자, 아이들 학원비, 통신비 등이다. 월급은 받지도 않았는데, 벌써 은행에서는 돈을 가져 가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누구 말대로 은행에서 발행되는 고지서를 납부하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 같다.

 

 내 통장에 들어 오기 전에 지불되는 것들도 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근로소득세 등은 미리 빠져 나간다. 이 돈은 만져 보지도 못하고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 돈을 제하고 나면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확 줄어 버린다. 실제 소득은 확 줄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돈들이 빠지고 나면 통장 잔고는 거의 바닥이 난다.

아껴쓰고 발버둥을 쳐 봐도 매달 반복되는 현상이다. 월급타고 보름이 지나면 통장잔고는 바닥이 난다. 그러면 카드를 쓰게 되는 것이다. 카드를 쓰는 것은 다음달 월급을 당겨 쓰는 것이다. 통장 잔고가 모자라서 쓰고, 세금혜택 때문에 쓰고, 사용의 편리함 때문에 쓰는 카드가 직장인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그래서 매달 통장 잔고가 미리 바닥이 나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런 생활의 반복이다.

내손에 월급이 들어오기 전에 다 나가 버린다. 세금,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지불되는 비용을 빼면 별로 남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월급을 당겨서 쓰고, 적자에 허덕이는 것이다. 큰폭의 적자가 나지 않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야 할지 모른다.

 

 월급도 타지 않았는데, 월급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약간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소비를 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것이다. 좀더 절제를 해야 할 것 같다. 집안 재정의 건전성을 높여야 겠다. 방법은 두가지다. 하나는 적게 쓰느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많이 버는 것이다. 그래야 가정 경제가 튼튼하게 유지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