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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만들어 주는 무서운 음식 세 가지

행복한 까시 2009. 10. 26. 08:15

 

  대부분의 남자들은 좋든 싫든 아내가 해주는 음식을 군말 없이 먹어줘야 한다. 그나마 아내의 음식 솜씨가 좋다면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하지만, 아내의 음식 솜씨가 형편없는 경우라면 대 놓고 불평을 할 수도 없고, 먹어 주려면 여간 고역이 아닐 것이다.


 우리 아내도 신혼 초에는 만들어 주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아내의 음식에 적응된 것인지 아내의 음식솜씨가 늘어서 그런지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다. 아마도 아내의 음식 솜씨가 늘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해주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아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아 맛난 음식을 얻어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음식을 잘 만드는 아내의 음식에도 무서운 세 가지가 있다. 바로 김밥, 미역국, 사골 국이다. 이 세 가지 음식이 무서운 이유는 간단하다. 맏며느리도 아니면서 손이 큰 것이 문제이다. 음식을 한 번하면 잔뜩 해놓고 끼니때 마다 식탁에 올라오니 무서운 것이다.    

 

 

  # 김밥


 아내는 김밥을 좋아한다. 작은 딸도 김밥을 좋아한다. 아이들이 소풍을 가거나 가족끼리 등산을 가려면 김밥을 싼다. 가끔 행사가 없을 때도 작은 딸이 먹고 싶다고 하면 김밥을 싼다. 김밥을 만드는 것을 보면  아내의 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밥을 커다란 양푼에 넣고 참깨, 소금 등을 넣고 비빈다. 작은 그릇에 넣고 비비면 답답하다고 한다.


 그 양푼에 있는 밥으로 김밥을 싸면 많은 양의 김밥이 싸여진다. 김밥을 싸는 날은 아침부터 김밥을 먹는다. 점심도 김밥, 저녁도 김밥이다. 김밥이 많은 날은 다음날도 김밥을 먹는다. 냉장고에 넣어 놓은 김밥에 계란 옷을 입혀서 프라이팬에 데워서 먹는다. 딸들과 함께 맛나게 먹는다. 난 두 끼만 먹으면 김밥이 질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내는 김밥이 좋은 것이다. 김밥이 있으면 반찬이 필요 없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에 김밥을 싸며 아주 많이 싸 놓고 두고두고 먹는가 보다. 아내가 김밥을 만든다고 하면 무섭다. 몇 끼를 먹어야 김밥이 다 없어질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 미역국


 미역국도 아내와 딸들이 좋아하는 메뉴이다. 생일날 주로 먹는 미역국이지만 딸들의 주문이 있으면 아내는 미역국을 끓인다. 부잣집 맏며느리는 아니지만, 아내는 또 통 큰 실력을 발휘한다. 미역국은 조금 끓이면 맛이 없단다. 그래서 커다란 들통에 끓인다. 들통에 끓인 미역국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그 양이면 우리 가족의 일주일치가 넘는다. 일주일 내내 미역국을 먹어야 한다.


 한 이틀 정도 먹으면 미역국이 서서히 질리기 시작한다. 아내와 딸들은 질리지 않는지 맛나게 먹는다. 미역국이 있으면 반찬을 적게 해도 된단다. 김치 한 가지만 있으면 밥을 먹을 수 있다고 아내는 주장한다. 아마도 아내는 다른 반찬 준비하는 것이 두려워 미역국을 많이 끓이는 것 같다. 주방에서 미역국 끓이는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또 무서워진다. 요즘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니 분명히 아내는 미역국을 끓여야겠다고 할 것이다. 미역국이 언제 식탁에 올라 올 것인지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사골 국


 신혼 초에 사골 국을 많이 끓여 먹었다. 지금 와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도 아내의 음식 솜씨가 탄로 날까 두려워 그랬던 것 같다. 신혼 초 아내는 나의 건강을 보호 한다는 명분으로 겨울만 되면 사골 국을 끓였다. 사실 사골 국을 한번 끓여 놓으면 매 끼니마다 국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데워 주기만 하면 되니 이보다 간편한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사골 국도 커다란 들통에 넣고 끓인다. 사골국도 많이 끓여야 맛있다는 것이 아내의 주장이다. 주방에서 사골 국이 끓기 시작하면 겁이 나기 시작한다. 사골국은 한 달 정도 먹어야 다 없어지기 때문이다. 시골은 한번만 끓여서 먹는 것이 아니고, 물을 부어서 두 번 세 번 끓여 먹는 것이기 때문에 양이 엄청나다. 한 번 끓이면 한 달이 기본인 것이다.


  다행이도 내가 사골 국을 먹으면 배가 아픈 증상이 있어 요즘은 잘 끓이지 않는다. 신혼 초기에는 아내가 사골 국을 끓여 주어도 말도 제대로 못하고 억지로 먹었다.


 

 아내가 만들어주는 무서운 음식 세 가지에는 아내의 교묘한 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한번 만들어 놓으면 여러 끼를 해결 할 수 있는 음식인 것이다. 김밥은 하루나 이틀, 미역국은 일주일, 사골국은 한 달 정도를 견딜 수 있는 계책이 숨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