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비둘기와의 세차례 전쟁
우리 아파트에는 비둘기가 많이 살고 있다. 아침에 햇살 사이로 그림자의 움직임이 있으면 비둘기가 왔다는 표시이다. 특히 우리 집 베란다에는 비둘기가 유난히 많이 내려앉는다. 비둘기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비둘기가 불청객인 가장 큰 이유는 비둘기 배설물이다. 아파트 난간의 에어컨 실외기 놓는 자리는 비둘기 배설물이 수북이 쌓여 있다. 치워도 며칠만 지나면 또 쌓인다. 그래서 비둘기를 싫어하는 것이다.
이사 온 후 베란다 난간에 비둘기들이 모여 들었다. 사람들의 움직임만 있으면 모여들곤 했다. 모여든 비둘기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기다리다가 아무것도 주는 것이 없자 돌아갔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졌다. 아마도 먼저 살던 주인이 비둘기에게 먹이를 준 것 같았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비둘기가 다녀간다. 베란다 난간의 에어컨 실외기가 놓인 자리에 먹이가 있나하곤 살피고 가는 것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안쓰러워졌다. 그러나 먹이를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먹이를 주면 아파트가 비둘기 배설물로 난리가 날 것 같았다. 먹이를 주지 않는데도 비둘기 배설물이 많은데 먹이를 주면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가 날 것이다. 우리 집뿐만 아니라 아랫집에도 피해가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먹이를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꾹 참고 있는 것이다.
이 비둘기도 아침만 대면 시끄럽게 울어대는 불청객이다. 아침잠을 깨우는 놈이다. 잡을 수 있다면 잡아서 한 대 패주고 싶은 놈이다. 일어나서 쫓아내면 잠시 후 또 날아온다. 아내는 비둘기 우는 소리와 파닥거리는 날개 짓 소리에 아침잠을 설친다.
2년을 넘게 비둘기 때문에 고생을 했다. 비둘기 배설물 냄새가 거실까지 들어 왔고, 비둘기 울음소리는 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올해는 아내가 비둘기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3차 대전에 이르러야 비둘기를 완전히 물리칠 수 있었다.
# 1차 대전
비둘기는 에어컨 실외기 놓는 자리에 앉아서 논다. 알도 낳고, 둥지도 튼다. 매일 청소를 해도 끈질기게 집을 지어 놓는다. 아마도 우리 집에 오는 비둘기는 이곳을 자기 영역으로 정한 모양이다. 박스로 막고, 스티로폼으로 막아도 비둘기는 계속 왔다. 아내의 방어는 비둘기를 물리치는데 너무 허술 했던 것이다. 1차 대전은 보기 좋게 아내가 패했다.
# 2차 대전
계속해서 비둘기가 배설물을 쌓아 놓고, 울어대자 아내는 다른 작전을 세웠다. 철망으로 에어컨 실외기를 감싸는 아이디어였다. 공구 상가에 가서 철망을 사왔다. 철망으로 막아 놓자 비둘기가 오지 않았다. 2차전에 성공했다고 아내와 뿌듯하게 철망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비둘기가 베란다 난간에 내려앉았다. 2차 대전은 절반의 승리였다. 그 후로 비둘기는 베란다 난간에 앉아 배설물도 배출하고, 울어 대기도 하였다.
# 3차 대전
아내는 비둘기 때문에 고민 하고 있다가 다른 집 베란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케이블 타이를 베란다에 묶어 두는 것이다. 케이블 타이를 베란다 난간에 묶어서 여분의 끈이 위로 향하게 묶어 두는 것이다. 오늘 아침 이 작업을 하였다. 베란다가 좀 지저분해 보이지만 비둘기를 퇴치하는 데는 좋은 방법이다. 케이블 타이를 베란다 난간에 설치 하니 비둘기가 오지 않는다. 케이블 타이를 무기로 3차대전은 아내가 완벽하게 승리했다. 아내를 귀찮게 하던 비둘기 부대를 완전히 섬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