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주말부부

행복한 까시 2006. 3. 18. 18:10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간다. 2006년을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분기가 다지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아내가 투병 생활을 시작한 지도 벌써 반년이란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그 동안 집사람이 가장 많이 고생을 했고, 가족 모두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장모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집사람을 대신하여 집안 살림을 하시고, 철없는 아이들을 돌보고, 집사람 병 수발을 하였으니 그 고통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런 육체적인 고통 이외에도 자식이 아프다는 정신적으로 고통으로 인해 한 10년은 더 늙으신 것 같다. 그래도 모든 가족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시간이 지나고 나니 우리 집도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집사람의 마음도 많이 안정이 되어 가고 있다. 그동안 약해졌던 마음도 점점 정상을 되찾고 있으며 밝고 건강하게 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이 정신적으로 약해지는 것이었는데,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니 마음이 많이 강해져 간다. 그리고 건강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하고 있으며, 좋은 먹거리, 꾸준한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덕분에 나도 따라서 운동을 하니 나의 건강도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


 요즘은 우리 부부는 주말부부이다. 2월 21부터 방사선 치료를 시작했기 때문에 주중에는 서울 누나네 집에서 기거를 하고 매주 금요일이 되면 집으로 내려온다. 집사람은 결혼 하고 나서 가족과 처음으로 떨어져 있으니 마음이 많이 허전한가 보다. 하루에도 수차례 전화가 오고 간다. 딸들도 엄마가 많이 보고 싶은가 보다. 수시로 전화를 눌러 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장모님이 집을 지키고 있으니 아이들이 그런대로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한 가지 문제라면 아이들이 할머니 말을 잘 안 듣는 다는 것이다. 하긴 나도 예전에 할머니가 하는 말은 하나도 안 들었으니, 시대가 변해도 할머니는 하나도 무섭지 않은 존재인가 보다.


 집사람의 방사선 치료는 4월 3일 날 끝난다. 총 28회를 실시하는데 이제 절반이 조금 넘어가고 있다. 방사선 치료는 항암치료에 비해 그다지 고통이 심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나름대로 잘 적응하고 있다. 그래도 방사선 치료 횟수가 지속되다 보니 목에 염증이 생기는 것 같고, 몸에 피로가 가중되는 것 같다. 많이 피곤해 한다. 그 동안의 투병 생활로 아내의 몸이 많이 야위었다. 그래도 살이 찌는 것 보다는 살이 빠지는 것이 낫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내가 집을 비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아이들에게 많은 신경을 쓰고는 있지만 많이 부족한 것 같다. 학교 준비물과 어린이집 준비물을 물을 자주 빼먹는다. 그리고 엄마가 옆에 없어서 안스러운 마음에 잘 대해 주다가 보니 아이들 버릇이 나빠지는 것 같다. 주말이 되어 아내가 집에 와 있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아이들의 활기가 넘친다. 이런 모습을 보니 새삼 가족을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다.


 집사람이 아프고 나서 나도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은 것 같다. 한 걸음 물러나서 인생을 보는 법을 배웠고,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오로지 앞으로만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하던 나에게 한 박자 쉬고 가는 법을 가르쳐 준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앞만 쳐다보고 무조건 달리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주위를 돌아보는 시간을 주었다. 또한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다. 요즈음은 어설픈 철학자처럼 생활하고 있다. 일하다가도 우두커니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으며, 어떤 때에는 마음속이 텅 빈 느낌이 들고, 어떤 날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하루 종일 방황하는 날도 있으며, 또 어떤 날을 사무실 주위를 맴돌며 사색하는 날도 있다. 그리고 마음속 깊은 한 켠의 모퉁이에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뿌연 안개와 같은 자그마한 그늘을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