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곡예단 관람 뒤의 쓸쓸함

행복한 까시 2006. 5. 15. 18:08
 

 얼마 전에 지방 모 방송사에서 주최한 걷기대회 행사인 라디엔티어링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행사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집사람의 건강과 운동을 위해 이번에는 행사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고 사전에 예약을 했다. 그리고 걷기 대회에 참가하면 청원 유채꽃 축제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부수입이었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려면 챙길 것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머리도 빗겨서 묶어줘야 하고, 딸들이 입고 싶어 하는 옷도 챙겨 입혀야 하며, 마실 물이라든가, 기타 준비할 물건이 많기 때문이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다. 풍선도 받고, 소형라디오, 음료수를 받고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5월답지 않게 제법 날씨가 덥다. 그늘에서 출발 시간을 기다리는데, 딸들은 벌써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른다. 두 딸들이 기침을 하고 있어 안사주려 했으나 아이들 성화에 내 마음은 또 무너져 버리고 만다. 아이스크림 한 개에 행복해 하는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을 도저히 말릴 수 없다.


 간단한 식전 행사 후 출발을 한단다. 무슨 행사이던 간에 지방유지 나리들이 한 말씀 하고 나야 행사가 시작된다. 좀 전에 나누어준 소형 라디오에서는 이 행사와 함께 방송을 진행한다. 음악도 들려주고, 참가자들에게 퀴즈도 내어 행사가 끝난 후에 경품도 추첨한다고 하였다. 한참을 걷고 나니 작은 놈이 졸리고 힘이든가 보다. 계속 업어 달라고 칭얼댄다. 업고 가다가 안고 가다가 또는 달래 보기도 하지만 작은 아이 눈은 저절로 감긴다. 약간 덥지만 날씨도 좋고, 공기도 좋아 걷기에 좋은데, 작은놈이 칭얼대는 바람에 경치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우여곡절 끝에 유채 꽃밭에 도착했다.


 유채꽃 향기가 향긋하게 코에 스며든다. 유채꽃 한 송이는 보잘 것 없지만 여러 송이가 모인 유채 꽃밭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노란 유채꽃이 만발해 바다를 이루 고 있다. 딸들 사진을 몇 컷 찍어 주고 식후 행사장으로 들어섰다. 식후 행사는 초대가수 노래 공연과 경품 추첨이 있었다. 경품 추첨은 아쉽게도 받지 못했지만, 집사람과 작은 딸의 활약으로 식사초대권 한 장을 선물로 받았다.


 공식행사가 다 끝나고, 유채꽃 축제의 부대행사로 진행되는 중국 곡예단 공연이 있었다. 대부분의 축제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중국 곡예단 공연인 것 같다. 예전에 중국 등불 축제에서도 중국 곡예단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곡예단 공연은 대부분이 무거운 항아리 돌리기, 탁자 돌리기, 무거운 깃발 들기, 인간 탑쌓기, 머리로 접시 받기 등이 진행되었다. 중학생 또래의 여자아이가 누워서 두발로 무거운 항아리를 자유자재로 조정하고, 잘도 돌린다. 내가 보기에는 항아리 무게가 꽤 무거울 것 같은데 말이다. 그 다음에는 또 무거운 탁자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돌리기까지 한다. 그 다음에는 무거운 깃발 들기인데, 아주 무거운 깃발을 팔뚝, 손가락 등으로 들기도 하며 자유자재로 이동을 한다. 이 밖에도 사람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인간 탑쌓기, 머리로 접시 받기 등의 묘기가 이어졌다.


 나는 이런 공연을 볼 때 마다 즐거움 보다는 쓸쓸함을 많이 느낀다. 마음속 어딘가가 텅 빈 느낌이 든다. 첫째, 어린아이들이 이런 공연을 한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물론 어린 아이들이 이런 곡예를 본인이 좋아서 하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한참 놀고 공부해야 할 시기에 이런 공연을 하러 다닌다는 것 자체가 나를 서글프게 한다.


 둘째는 이런 공연을 보고 있으면서 그 아이들의 이면을 생각하게 된다. 이런 공연을 하기 위해 연습은 얼마나 하였을까? 연습하다가 다치지는 않았을까? 얼마나 연습하면 저런 경지에 도달할까? 등등의 의구심이 든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공연을 보고 있는 것이 하나도 즐겁지가 않다. 그래도 관객이 많아야 공연하는 사람들도 신이 나고, 좋을 것 같아 박수만 열심히 쳐주었다.     


 지금도 얼굴이 빨개져 가지고 땀을 흘리며 공연을 하던 중국소녀가 눈에 아른거린다. 정말로 본인이 좋아서 하는 공연인지, 아니면 생계를 위해 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할 뿐이다. 어쨌든 공연을 보고 난 후 마음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과 공허함이 머무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