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코피 터진 딸들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멀리 남쪽에서 올라오는 태풍영향 때문에 한낮에도 그리 더운 줄 모르겠다. 그동안 날씨가 더워 아이들을 밖에 내보내지 않았더니 밖에 나가고 싶어 몸살이 난다. 그래서 토요일 날은 아침부터 밖에 나가서 맘껏 놀라고 아이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오후 내내 낮잠을 즐겼다. 한참 자고 났더니 그동안 쌓인 피로가 좀 가셨다.
저녁이 어둑어둑 해졌는데도 아이들은 들어오지 않는다. 보통 때 같으면 조금 놀다가 화장실 간다고 들어오고, 또 물 마신다고 들어왔는데 그 날은 한번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 들어오면 공부하라고 이야기 하거나 집안에 잡아 둘까봐 딸들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 것 같다. 나와 집사람이 저녁을 다 먹은 후에도 아이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나서 집사람이 빗자루를 들고 나가서 뒷정리를 하고 난 다음에야 딸들이 들어왔다.
어떻게 놀았는지 몰골이 말이 아니다. 다리와 발은 흙이 묻어 검게 얼룩이지고, 머리는 땀범벅이고, 얼굴은 땀과 먼지가 묻어 꼬질꼬질 하다. 아이들을 욕실로 몰아넣고 목욕을 시키니 그제서 좀 봐줄만하다. 피곤 할 것 같아 밥을 먹여 재우려고 하니 잠은 안자고 또 둘이 신나게 장난하고 있다. 그러더니 큰놈이 눈이 아프다고 한다. 눈을 보니 장난이 아니다. 시뻘겋게 충혈 되어 있다. 일찍 저녁을 먹고 컴퓨터를 좀 하려고 했던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사라졌다. 아이들을 데리고 안과로 갔다. 안과에서는 알레르기라 한다. 아마 더러운 손으로 눈을 비벼서 그렇게 된 것 같다. 다시 집으로 와서 빨리 자라고 하니 잠이 안 오는가 보다. 또 장난을 치며 논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큰아이한테서 코피가 난다. 아마 너무 피곤하게 놀아서 그런 것 같다. 하루 종일 놀았으니 피곤 할만도 할 것 같다. 그런데 코피가 너무 많이 난다. 코피가 많이 나니 걱정도 된다. 간신히 진정시키고, 야단을 쳐서 재웠다.
이것으로 코피가 끝난 줄 알았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 다음날 아침 큰아이가 또 코피를 흘렸다. 그것도 이불 두개에다 묻혀가며 말이다. 집사람은 화가 나면서도 이불 빨래 할 때가 되었나보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화장지로 코를 막고 있는데, 코피가 쉽게 진정이 되지 않는다. 그러더니 조금 있다가는 작은 아이까지 코피를 흘린다. 화가 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집사람과 나는 우리 둘이 보기에는 아까운 광경이라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둘이 세트로 앉아 화장지로 코를 막고 있는 광경이 꼭 코미디 하는 것 같다. 큰놈은 눈은 뻘개가지고 화장지로 코를 막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이게 하였다. 그야말로 쌍코피이다. 보통 쌍코피는 양쪽 코에서 나오는 것이 쌍코피 이지만, 우리 두 딸이 쌍으로 코피를 흘리고 있으니 그야말로 쌍코피인 것이다.
아침에 코피를 흘려서 야단맞고도 오후가 되니 금새 잊어버리고 또 나가 논다고 한다. 그래 방학인데 실컷 놀아라. 이제 개학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 놀지 않으면 언제 놀겠냐? 그래서 일요일도 또 나가 놀았다. 다행이 면역이 생겼는지 코피는 흘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잘 놀고 건강한 것이 최고인 것 같다. 노는 가운데서 스트레스도 많이 풀리고, 정신적으로 많은 휴식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