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풍경

풍경-남한강의 봄

행복한 까시 2005. 2. 26. 22:53

 봄이 문턱에 와 있지만 아직도 칼바람이 불고 있다. 싸늘한 바람이 가슴속을 파고든다. 그래도 바람 냄새는 겨울 바람과는 달리 상큼하다. 벌써 나무들도 봄을 맞을 채비를 한다. 나무 색들이 하얀빛을 띄거나  또는 붉은빛을 띄고 봄을 기다리고, 목련, 진달래, 개나리 등의 봄꽃들도 꽃 봉우리를 키우며 꽃필 준비를 한다.

 

 남한강은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남한강은 영월에서부터 시작하여 팔당댐까지 흐르는 강인데, 우리 고향은 아마 그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다. 강 건너편은 행정구역상 강원도가 위치하고 있는데, 강 건너편 쪽도 작은 개울을 경계로 한쪽은 충북이고 한쪽은 강원도인 접도 구역이다. 따라서 생활 풍습이나, 문화는 지역 색이 없이 강원도, 충청도, 그리고 인근의 경기도를 합쳐 놓은 것과 같다. 그래도 가장 가까운 것은 강원도 풍습을 많이 따르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강원도 출신은 아니지만 강원도 사람들을 만나면 친근감이 많이 느껴진다.

 

 남한강의 봄은 얼음이 풀리는 것에서 시작된다. 옛날에는 날씨가 추워서 강의 얼음이 두텁게 얼었다. 나룻배 대신에 강을 건널 때 얼음 위를 걸어서 건넜다. 얼음 위를 건너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어릴 때에는 어른들하고 함께 건넜다. 얼음 중간 중간에 숨구멍이 있어서 아이들을 잡아간다고 어른들이 말해서 얼음 위를 건널 때에는 항상 겁이 많이 났었다. 혹시 내가 잡혀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얼음을 건널 때에는 미끄럽기도 하고 겁도 많이 나서 다리에 힘이 쭉 빠지기도 하였다. 봄이 되면서 얼음이 풀리기 시작한다. 얼음이 풀리면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얼음이 떠내려가며 부딪히는 소리가 꽤 크게 들린다. 얼음이 풀리고 나면 나룻배가 운행하기 시작한다. 우리 동에 보다는 강 건너의 동네가 교통이 발달했고 강원도 방면이나, 서울방면의 중앙선 기차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만 했다. 지금은 우리 동네 쪽도 교통이 발달하여 서울까지도 교통이 안 막히면 한시간 정도면 갈 수 있으니 우리 나라도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봄이 되면 강가에 버들강아지가 흐드러지게 핀다. 버들강아지는 버드나무 꽃으로 솜털처럼 보송보송 피어나면 꼭 강아지 털처럼 부드럽다. 이 버드나무 꽃이 피면 봄이 왔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버드나무로는 또한 피리도 만들어 불고 다녔는데, 굵은 버드나무 가지로 길게 만들면 탁한 소리가 났고, 가는 버드나무 가지로 짧게 만들면 고운 소리가 났다. 버들피리를 불고 다니면 어른들은 시끄럽다고 싫어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어댄다. 그래도 불어대면 어른들은 집안에서 버들피리를 불면 뱀이 나온다고 했는데, 그때는 진짜 뱀이 들어 올까봐 걱정하기도 했다. 외국의 경우 피리를 불면 뱀이 춤을 추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버들강아지가 지고 나면 갈대 순이 올라오는데, 우리 고향에서는 삠비기라고 불린다. 갈대 순의 껍질을 벗기면 솜털 같은 것이 들어 있는데, 아마도 나중에 갈대 꽃으로 되는 것 같다. 이것을 먹으면 달착지근한 맛이 나는데, 이것을 즐겨 먹었다. 군것질거리의 부족함을 이런 것으로 채웠다. 이 갈대 순도 봄에 피어나는 강가의 추억 중의 하나이다.

 

 이제는 강가의 풍경도 많이 바뀌었다. 강 옆으로는 아스팔트 도로도 뚫렸고, 80년대 완공된 충주댐 때문에 물도 많이 오염되었다. 댐을 막은 이후로는 강도 얼지 않는다. 그리고 조약돌밭과 강가의 백사장도 많이 없어졌다. 드넓은 백사장과 동글동글한 조약돌이 지천으로 널린 강가가 어린 시절의 놀이터였는데, 개발로 인해 많이 없어져서 아쉽다.

 

 그래도 고향집에 가기 위해 강변도로를 달리면 경치는 무척 아름답다. 아름다운 경치와 어린 시절의 추억이 겹쳐지며 마음속에 아련히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유유히 흐르는 은빛 강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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