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예쁜 제비새끼 같은 우리집 딸들

행복한 까시 2010. 3. 24. 07:00

 

 시골집 추녀 밑에는 제비집이 있었다. 제비가 새끼를 낳으면 제비집은 시끄럽다. 서로 먹이를 먹으려고 아우성이다. 어미 제비는 먹이를 잡아 나르느라 정신이 없다. 분주히 먹이를 날라도 제비새끼는 배고픈 모양이다. 늘 배고프다고 울어 댄다. 쉬지 않고 먹이를 잡아 오는 어미 제비를 보며 연민을 느낀다. 먹이를 잡아다가 새끼를 먹이는 제비를 보면 인간이 살아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딸들이 점점 커간다. 예전에는 밥 먹으라고 하면 밥상 언저리만 빙빙 돌았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나와 아내가 먹는 것 보다 많은 양을 먹고 있다. 마치 먹어도 계속 배가 고프다고 울어 대는 제비 새끼 같다.   

 

 밥뿐만이 아니다. 밥을 먹고도 간식을 찾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매일 딸들에게 간식을 대령하느라 아내의 허리가 휠 지경이다. 간식에 굶주려 있다가 보니 퇴근 하는 나를 감시한다. 퇴근을 할 때 내 손에 아무 것도 들려 있지 않으면 실망하는 표정이 눈빛에 나타난다. 가끔 내 손에 무언가가 들려 있을 때 먹을 것이 아니면 더 크게 실망하는 눈초리를 볼 수 있다.

 

 작은딸은 간식으로 과자를 사주면 피부에 알레르기 생겨서 많이 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자가 먹고 싶어서 몸살이 난다. 어디 가서 과자를 보면 먹느라 정신이 없다. 생전 과자 구경 못한 아이들 같다. 남 보기에 민망할 정도이다. 며칠 전에 작은 딸이 과자 사오라는 문자를 보내 왔다. 사다 줄 시간도 없었고, 문자를 깜박해서 사다주지 못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그 문자의 존재를 잊어 버렸다.  

 

 어제는 또다시 작은딸에게서 문자가 왔다.

 '아빠 과자 사오는 것 잊지 말아요. 꼭 사와야 돼요.'

 잊어버릴까봐 강조를 몇 번 한다.    

 

 마트에 가서 과자를 골랐다. 알레르기 때문에 이것을 살까 저것을 살까 고민을 했다. 장을 보러 나온 주부처럼 이 과자를 집었다가 놓고, 저 과자를 집었다가 놓기를 몇 번 반복했다. 다른 사람들이 이런 내 모습을 보았다면 웃었을지도 모르겠다. 몇 번을 고심 끝에 아이들 과자를 골랐다. 아이들 과자를 고르고 아내의 과자도 골랐다. 작은 것에 서운해 하는 아내이다. 아내를 위해 맛은 없지만 담백한 과자를 골랐다.

 

 과자를 사서 개선장군처럼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여니 아이들이 반갑게 맞는다. 아이들의 눈은 벌써 내 손으로 향해 있다. 손에 과자가 들려 있으니 환호성을 지른다. 나 보다 과자가 더 반가운 것이다. 과자 봉지를 들고 뛰고 난리이다. 제비집의 제비새끼처럼 서로 먼저 먹으려고 난리이다. 식탁에 앉아 두 딸과 아내가 나란히 앉아 과자를 즐긴다.

 

 과자를 먹는 모습이 새끼 제비들 같다. 금방 먹고도 또 먹을 것을 찾는 새끼 제비 같은 것이다. 먹을 것을 찾는 아이들을 보니 아이들이 크려고 하는 것 같다. 성장을 하려고 먹을 것을 쉴새없이 찾는 것이다. 계속해서 먹는 아이들이 예쁜 것은 사람이나 제비나 같을 것이다. 아이들이 먹는 것만 보아도 배부르다는 어른들 말씀이 생각난다. 이제와 그 말이 실감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