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유리창에 비친 어머니 모습

행복한 까시 2005. 12. 6. 18:10
 

  얼마 전에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의 일이었다. 폐에 이상이 생겨 입원하셨는데 지금은 집에서 요양 하고 계신다. 왜 이리 요즘은 병원 갈 일이 많은지 모르겠다. 집사람 때문에 아버지가 병원에서 거의 3주를 계셨어도 얼굴만 잠깐 두 번 비출 수밖에 없었다. 평상시 같으면 하루 정도는 연차를 내고 병실을 지킬 수도 있었지만, 내 코가 석자이므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처음 병원 가는 날이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병원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가지고 병원 갈 준비를 하였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신을 슬리퍼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슬리퍼를 샀는데 사이즈가 한가지 밖에 없어 큰 걸로 사고, 두유와 과일 등 먹을 것도 준비하였다. 그리고 시간이 없어 퇴근 전에 잠깐 나가서 몰래 저녁을 먹고 들어왔다. 그리고 퇴근 종이 치기가 무섭게 아버지가 계신 충주의 모 병원으로 향했다. 6시가 넘으니 사방이 어둑어둑하다. 어두운 국도를 따라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참으로 기분이 묘하다. 집사람 생각, 병원에 계신 아버지 생각이 교대로 내 머리에서 맴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니 마음만 더 쓸쓸하다. 그리고 올 봄부터 아버지를 모시고 여행하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들었었다. 머릿속에만 그 생각을 가지고 있고 실행은 못하고 있던 참이었다. 경제적인 것도 그렇고, 시간적으로도 너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모든 것을 팽개치고 아버지와 여행을 다녀올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덧 병원에 도착하였다.


  병원에 들어서니 벌써 어머니가 복도에 나와 계셨다. 어머니도 이제는 많이 늙으신 것 같다. 나 결혼할 때만 해도 젊으셨는데, 이제는 허리도 점점 굽어지시고, 누가 보아도 영락없는 할머니다. 아버지 또한 더 야위셔서 저번보다 더 할아버지로 변하신 것 같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꾸만 할아버지 할머니로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나 싫다. 이런 모습을 보고 나면 또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아버지는 폐가 안 좋으셔서 호흡하기가 힘들어 산소를 꽂고 계셨다. 호흡이 무척 힘겨워 보인다. 식사도 제대로 못한다고 하셨다. 누워계신 아버지를 바라보며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어머니는 피곤하니까 얼른 가라고 재촉하신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나도 내일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나왔다.


  병원을 나오는데, 어머니는 빨리 가라고 재촉하시면서도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역했다. 주차장으로 내려와서 병원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어머니의 모습이 병원 유리창에 검은 그림자로 비쳐졌다. 어머니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병원 복도에 미리 나와 계신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어머니는 내가 도착했을 때도 병원 창문으로 내려다보고 계셨던 것이다. 내 차가 주차장을 벗어날 때에도 어머니는 계속 창가에서 내려다보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니 가슴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유리창에 비친 어머니의 모습이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있다. 아마 이 모습을 오랫동안 머리에 남을 것 같다.


  아버지는 얼마 전에 상태가 좋아지셔서 퇴원하셨다. 그러나 아직도 외출을 못하고 집에만 계신다. 내년에는 빨리 쾌차하셔서 아버지와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몇 자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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