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시험 보는 날

행복한 까시 2006. 9. 15. 22:24

  대학교를 졸업할 당시에는 앞으로 시험 볼일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홀가분했었다. 요즘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엄청난 착각이었다. 졸업하기 전부터 입사하기까지 무수히 많이 보았던 입사시험과 면접시험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운전면허시험, 각종 자격시험, 그리고 회사에서 치루는 시험들이 끊임없이 우리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러다가 아마 죽을 때까지 시험을 치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은 언제 보아도 긴장되는 것 같다. 학창시절에 공부가 싫었던 가장 큰 이유도 시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험의 공포가 공부를 싫어하게 만들고, 사람을 성적을 기준으로 줄을 세워서 평가한다는 사실이 좀 잔인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성적 지향주의가 공부를 더 싫어지게 만들고, 공부를 황폐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공부와 시험을 따로따로 생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학창시절에는 시험에 대해서는 늘 경제성의 원리에 충실했다. 즉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적을 얻자는 경제성의 원리는 누구나 바라는 희망사항이었다. 그런데 이 경제성의 원리는 단지 희망사항일 뿐 실제로는 공부를 많이 해야 성적이 잘 나왔다. 공부에 투여한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성적이 많이 나왔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가 왜이리 싫었는지 모르겠다. 시험기간에 도서관으로 공부하러 갔다가 소설책만 읽고 돌아온 일, 끈질기게 공부 안하고 대충 공부했던 일, 좀더 공부를 했으면 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시절에 도서관에서 읽은 소설이 더 값나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겉보기에는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으로 비쳐졌지만 실제로는 그리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대신 여러 방면 관심이 많고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시험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에게도 공포이고,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공포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시험에서 한 개라도 틀릴까봐 노심초사하고,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시험점수가 바닥을 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긴장되고 불안한 것이다. 그리고 또한 시험 때는 공부를 많이 해도 왠지 불안하고, 공부를 안하면 또 안해서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시험을 앞두고는 이래저래 불안한 것이다. 학창시절에 다들 이런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시험 시간 바로 직전에 공부한 것이 하나도 생각나고, 머리가 백지 상태인 것처럼 되는 느낌을 많이 경험하였다. 문제지를 받아들고 나서야 긴장이 풀리고, 하나하나 기억이 살아나서 답을 써내려 가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 긴장해서 시험을 보고 나면 늘 허전함이 밀려왔다. 긴장이 풀리면서 허탈함이 생기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과 같은 상태가 몇 시간 지속된다.

 

  운이 좋아서인지 몰라도 회사를 다니면서도 계속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10년만에 하는 공부라 처음에는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수업시간에도 수업하는 내용들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기억은 희미하게 나는데,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수업시간이 얼마나 지루한지를 알게되었고,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하루종일 학교에 붙잡혀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 보았다. 한 일년 정도 지나니 적응이 되었다. 그 것 뿐만이 아니었다. 시험기간이 되어 시험 볼 때에는 시험감각이 떨어져 시험 답안을 쓸 수가 없었다. 오랫동안 시험을 보지 않았더니 시험 보는 요령이나 감각 등이 들이 무뎌진 것 같다. 그래도 시험 또한 일년정도 지나니까 학창시절처럼 적응이 되어갔다. 지금은 학창시절처럼 조금만 공부해도 시험을 제법 잘 본다. 

 

  이제는 한 6년 정도 공부하니 시험도 공부도 어느 정도 적응되어 큰 힘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공부는 힘든 것 같다. 가장 힘든 것이 뒤늦게 공부하려니까 하기가 싫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그리고 앉아서 공부 좀 하려면 회사일 생각, 집안 일 생각, 여러 가지 주변 일 등 잡생각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는 젊었을 때 해야 하는 것 같다.

 

 오늘도 시험을 보고 왔다. 논문 제출 자격시험이었다. 뒤늦게 하는 공부라 시험점수에는 별로 관심이 없지만 떨어지면 좀 그렇기 때문에 며칠동안 공부도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긴장만 하고 지냈다. 시험은 그리 어렵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 시험을 치는데, 나보다 더 나이 많은 사람들도 많이 눈에 띈다. 모두들 열심히 사는 사람들 같다. 오늘 같이 시험 본 사람들 모두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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