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인라인을 사다.

행복한 까시 2005. 8. 27. 21:55

  아이들이 자라면서 해 줄 것도 참 많다는 것을 느낀다. 책도 많이 사주어야 하고, 철마다 옷도 사 입혀야 하고, 간식거리도 사 먹여야 하고, 학원이나 과외도 시켜야 하고, 장난감이나 놀잇감 등들도 사 주어야 한다. 이 많은 것을 사주려면 월급쟁이의 한계를 넘는 다는 것을 금방 실감하게 된다. 많이 해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우리 시대의 월급쟁이의 자화상인 것이다. 이 중에서도 책은 풍부하게 사주었지만, 나머지는 거의 사주지 못했다. 학원비나 과외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 때문에 옷가지와 장난감 또한 거의 사주지 못했다. 

 

  오늘 큰마음 먹고 딸들에게 인라인을 사주었다. 주위 같은 또래들은 거의 다 인라인이 있고, 어렸을 때부터 사주어서 잘 탄다. 나와 집사람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인라인 사주는 것을 미루다가 이제서야 사주게 되었다. 또한 인라인을 사주게 된 사건이 어제 일어났다.

 

  요즈음은 아직까지 방학이라 친구들하고 어울려서 노는 기회가 많다고 한다. 어제 친구들은 인라인을 타고 노는데 우리 딸이 그 친구들을 따라다니느라고 땀을 뻘뻘 흘리는 광경을 집사람이 본 모양이다. 집사람이 그 광경을 보고 많이 속이 상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 아마 그 아이들이 우리 딸아이를 골탕을 먹이려고 그랬던 것 같다.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나 자신도 은근히 화가 났다. 그래서 당장 인라인을 사주자고 집사람과 의기투합을 했다.

 

  아침부터 아이들은 들떠 있다. 인라인을 사준다는 것 하나만으로 행복해 했다. 동네에 있는 대형 할인점에 가서 인라인 두 개를 샀다. 큰 녀석은 나를 닮아서 운동신경이 없는지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데, 작은 녀석은 신자마자 걸음마를 한다. 집으로 와서 연습을 하더니 큰 녀석은 겨우 걸음마를 하는데, 작은 녀석은 제법 타고 다닌다. 아이들은 무엇이든 쉽게 배우는 것 같다. 저렇게 좋아하는 걸 진작 사줄걸 하는 후회도 생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밝아진다. 지금 현관에는 핑크빛 인라인 두 켤레가 놓여 있다. 그리고 큰딸의 그림 일기장에는 인라인 타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내용에는 인라인을 타고 노는 즐거운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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