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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수업거부를 하고 얻은 교훈

행복한 까시 2009. 9. 6. 10:46

 초등학교 5학년 때 일이다. 그 때 담임을 맡은 선생님은 참으로 독특하셨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철학적인 것 같기도 하셨으나 나한테 맞는 취향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때 성적은 초등학교 시절 전체 학년 중 가장 낮았던 것 같다. 선생님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자연히 학업에 흥미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선생님의 공부 방식은 참으로 진보적인 것이었다. 단지 우리가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 있어서 적응을 못했던 것이었다. 그 선생님이 철학적이었다는 것은 질문을 하시는 것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예를 들면 나를 불러 일으켜 세워 끊임없는 질문을 하셨다.


 “공부는 왜하는 것이지?”

 “지식을 배우려고 합니다”

 이렇게 대답하면 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면 지식은 왜 배우지?”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고 배웁니다.”

 그러면 또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면 정보는 왜 얻으려고 하지?”

 계속 이런 식이었다.

 

 나도 화가 나서 정면 도전하기로 했다.

 “정보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가려고 얻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는 왜가지?”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 갑니다.”

 점점 화가 난 나는 이렇게 대답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원초적인 대답으로 선생님께 반항을 했다. 

 “좋은 회사에는 왜 취직하지?”

 “돈 많이 벌려고 합니다.”

 “돈 많이 벌어서 무엇을 하지?”

  더 이상 대답하기 싫어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답을 하기 싫어서 하지 않았는지, 마땅히 대답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 대답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생님이 기억에 남는 교육법은 시골에 사는 우리들을 위해 시내 구경을 시켜주는 일이었다. 매 주말마다 우리들을 세 명씩 시내에 있는 선생님 댁으로 데리고 가서 시내 구경을 시켜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모님이 무척 힘드셨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이들 밥해 먹이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 사모님은 나와 선생님의 좋지 않은 관계(내가 마음속으로 느끼는 감정)에도 불구하고 나를 귀여워 해주시고, 잘 대해 주셨다. 


 수업 거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하다가 보니 서론이 너무 길어졌다. 한 5월 말쯤 되는 어느 날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동네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도 성격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그때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 친구가 나를 때렸다. 사실 그때 나는 덩치도 작아서 아이들이 때리면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성질은 대단해서 아이들이 함부로 건드리지는 못했다. 그날은 웬일인지 너무 억울해서 큰소리로 울었다. 선생임이 우는 소리를 듣고, 교실로 오셨다. 싸운다고 그 친구와 나를 동시에 때렸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싸웠으니, 두 놈 모두 공평하게 때리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맞은 당사자인 나는 너무나 억울했다. 맞고 나니 너무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선생님이 너무 싫어서 수업을 받기가 싫었다. 그래서 종이 울려도 수업시간에 들어가지 않았다.


 교실 앞 잔디에 잔뜩 화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날씨가 조금 더웠다. 그래도 참을 만했다. 한참을 앉아 있으니 선생님이 나오셨다. 선생님도 대충 짐작은 하신 것 같았다. 좀 전에 맞은 것 때문에 내가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선생님한테 잘못이 없는데 왜 때리셨냐고 따진 것으로 기억된다. 이런 나를 선생님이 곱게 보실 리가 없었다. 그 뒤로 보복이 뒤따랐다. 수업시간에 곤란한 질문도 많이 하기도 하고, 은근히 나를 관심밖에 두기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쓰시는 것을 눈치로 모두 알 수가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체육을 유난히 잘 못했던 나에게 1학기말 체육 점수를 수우미양가 중에서 “가”를 주셨다. 그래도 다른 선생님들은 체육을 못하는 나에게 동정심을 발휘해서 적어도 “우”는 주셨는데 말이다. 이 성적이 내 초등학교 시절 성적 중에 최악이었다.


 이렇게 한 학기를 어렵게 보냈다. 선생님을 싫어했으니 성적이 제대로 나올 리가 없었다. 공부도 제대로 안했고, 선생님 평가도 냉정했으므로 1학기 성적은 거의 최악이었다. 그런데 여름 방학을 계기로 나도 그 사건에 대한 반성을 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수업거부는 선생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나쁜 짓이었고, 선생님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름 방학 숙제를 하면서 잘못했다는 내용을 글로 써서 제출했다. 아마도 선생님께서 그 글짓기 내용을 읽어 보신 것 같다. 2학기 때에는 수업시간에도 선생님과의 관계가 좋아졌고, 2학기 성적에서는 체육점수도 다시 “우”를 받게 되었고, 나머지 성적도 양호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 사건을 통해 어린 마음에도 여러 가지를 배웠다. 세상일이 모두 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실, 내가 아무리 흥분하고, 화를 내도 남들은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실들이다. 그 후로는 어지간한 일에 흥분도 하지 않고,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작은 일에 너무 흥분하면 도리어 화가 돌아온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면서 마음의 여유도 많이 얻게 되었다. 지금도 그 선생님이 보고 싶다. 선생님은 열린 교육을 하고자 하셨으나 우리들이 따라주지 못했던 것이 지금 생각으로는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