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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고딩,직딩~ 대한민국에서 "딩"으로 산다는 것은?

행복한 까시 2009. 10. 10. 08:06

 

우리나라에는 "딩"들이 많다.

"딩"의 뜻이 정확히 몰라 오픈 사전에서 찾아보니

"학생이란 뜻을 지닌 접미사.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뒤에 붙어 신분을 나타내는 의미로 쓰임"

이라고 적혀 있다.

아마도 초등, 중등, 고등할 때 "등(等)"이 "딩"으로 불려진 것이라 생각된다.

딩들이 많은 세상, 우리나라의 "딩"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 보았다. 

 

 

 # 유딩이....


아무 생각이 없었다.

엄마가 유치원에 가라고 하니까 다니는 것이다.

유치원도 엄마가 가라고 하는 유치원으로 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유치원에 가는 것이 겁이 났다.

엄마하고 집에 있는 것이 더 좋다.

자꾸 다니다 보니 집보다 더 좋을 때가 있다.

집에 있으면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야 한다.

유치원에 가면 엄마의 잔소리를 피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유치원에는 함께 놀 친구들이 있어서 좋다.

유치원도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과 신경전을 벌이려면 피곤하다.

어른들은 놀다가 온다고 생각하지만 긴장되고, 피곤한 곳이다.

유치원에서도 공부를 시킨다.

내가 하기 싫어하는 공부를 시키면 도망가고 싶다.

유치원에 적응해서 재미있어 지려고 하니 엄마가 초등학교에 가야 한다고 한다.

 

 

  # 초딩이...

 

엄마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에 갔다.

처음 입학할 때에는 약간 겁도 나고 설레는 맘이 있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아직 모르겠다.

무서운 선생님이 담임을 안했으면 좋겠다.

이제는 어른들이 하는 거짓말을 조금은 눈치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른들은 거짓말을 하면서 우리들에게는 못하게 한다.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 빈도수가 높아져 간다.

아빠는 유딩이 때는 조금 예뻐하는 것 같더니 점점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6년이란 기간이 너무 지루한 것 같다.

빨리 중딩이가 되고 싶다.

그런데 중딩이가 되면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아서 싫다.

 

 

  # 중딩이...

 

중딩이가 되었다.

중딩이는 말 그대로 어중간하다.

애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아주 애매한 상태다.

부모님은 아직도 어린애 취급을 한다.

이제 알만한 것은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어른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

어른들의 미세한 행동이나 말도 모두 이해하고 감지할 수 있다.

모른는게 약이라고 했는데, 이런 것을 다 알아 버리니 피곤하다.

말이 하기 싫어진다.

어른들의 세계에 염증이 느껴지고, 어른들이 우리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모두 별명으로 부른다.

선생님이란 존재와 선생님의 권위가 시시하게 느껴진다.

3년이란 기간은 짧다.

마음먹고 공부 좀 하려고 하니 졸업하고 고딩이가 되라고 한다.

 

 

 # 고딩이....

 

고딩이가 되었다.

이제 죽었구나 생각을 했다.

선생님 부모님이 기대심리가 너무 커서 부담스럽다.

선생님은 좋은 대학가야 한다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씀하신다.

집에서는 공부하라고 내 눈치만 보고 상전 대하듯 한다.

이런 특별한 대접이 더 부담스럽다.

학교가도 공부, 집에 와도 공부 늘 공부뿐이다.

공부를 해도 불안하고, 놀아도 불안하고 피곤하다.

이제는 어른이 다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른들은 아직 인정해 주지 않는다.

중딩이 애들이 무척 어려보이고, 초딩이 애들은 애기들 같아 보인다.

어른들 몰래 담배도 피워보고, 당구장에도 가보고,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도 본다.

어른들이 하는 것을 다 해보고 싶다.

공부 좀 하고 나니 수능이 코앞에 다가오고 대딩이가 될 준비를 하란다.

 

 

 # 대딩이....

 

대딩이 되었다.

공부로부터 해방되었다는 것을 잠깐 느낄 뿐이다.

옛날 선배들은 대딩이 되면 낭만도 있고, 멋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런 것이 없다.

고딩의 연속선상인 것 같다.

모두 취업 준비에 바쁘다.

공부하러 대학에 온 것인지 취업하러 대학에 온 것인지 헷갈리기만 하다.

취업을 하려면 스펙이 좋아야 한단다.

모두 스펙 만들기에 바쁘다.

스펙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한다.

가끔 시간이 나면 인생에 대해 고민을 해본다.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하는지 두렵기도 하고 고민스러울 때도 있다.

그래도 어른들은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신다.

이런 고민을 하다가 보면 공부가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딩이가 4년 내내 고민만 하다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나름 재미있는 일도 종종 있다.

 

  

 # 직딩이....  


회사에 입사했다.

회사에 들어간 직딩이는 그나마 행운아 이다.

못들어간 친구들도 너무나 많은 세상이다.

직딩이 되었다고 모든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처음 새내기 직딩은 너무도 고달프다.

선배 직딩이들 눈치 보아야 하고, 해야 할일이 너무도 많다.

회사간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을 내기 위해 인력을 타이트하게 운영한다.

1인 다역을 해야 한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한다.

잠깐 직딩이 생활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10년이 넘었단다.

10년이 넘으니 중요한 업무가 맡겨진다.

근무 기간이 길어질 수록 업무 스트레스는 점점 강도가 높아진다.

주위를 돌아보면 없어지는 회사들도 많고, 매각되는 회사들도 많다.

월급 제때 나오고, 잘굴러가는 회사에 다니면 그나마 다행이다.

가족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다.

직딩 생활이 때론 싫을 때도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오래 다녀야 한다고 생각한다.

늘 불평하지만 아침이 되면 직딩이의 일터로 향한다.

직딩생활은 창살 없는 감옥이다.

직딩이들은 자유를 그리워 한다.

하지만 막상 자유가 주어지면 다시 직딩이 시절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바로 직딩이 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