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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나는 그런 사람이 그립다.

행복한 까시 2009. 10. 27. 19:22

 

 아직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람 냄새가 그립다. 그래서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노력해 보지만 생각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사람 냄새가 난다는 것은 고상하게 표현하자면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나이 드신 할아버지와 같이 얼굴이나 외모에 인자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따뜻함과 푸근함을 지닌 사람을 상상하면 될 것이다.


 사람들의 일생에서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시기는 아마도 청소년 시절일 것이다. 중학교 때까지는 뭘 몰라서 그렇고 사춘기를 지난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 신입사원 시절일 것이다. 이때에는 감수성도 예민하고, 조그마한 일에도 상처받기 쉽고, 인간적인 모습이 거의 없는 시기이다. 그때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해 반항도 해보고, 방황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경멸하기까지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적인 모습이 거의 밖으로 나타나지 않고, 차갑고 냉정하다. 좀 심한 말로 표현하자면 냉혈동물 같은 시기이다. 젊은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마다 개인차는 어느 정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결혼 후 아이들을 낳고 나야 조금씩 사람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아줌마들은 이때부터 수다가 늘어나고, 사고방식이 편해진다. 주위를 별로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려고 생각한다. 남성들도 마찬가지이다. 주위사람들과 편안하게 어울리며,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거리낌 없이 대화를 한다. 가끔 웃기는 농담도 많이 한다.


 아이들은 이런 아줌마나 아저씨의 모습을 혐오스럽게 바라본다. 그것은 아이들이 사람 냄새를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사람냄새의 향이 깊어진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나이 드신 어른들의 인자함과 온화함의 깊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은 항상 보아도 잘 우러난 차 향기 같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김치 같은 사람이다. 유머가 있는 듯 하면서도 신중하고, 지식이 넘치면서도 때론 무식함을 보여주고, 항상 옆에 있으면서도 없는 듯한 그런 사람이 사람냄새가 나는 사람이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언제 보아도 편하고 부담 없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데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 한번 생각해 본다. 나도 그렇지 않으면서 이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욕심이 아닐까 한다.


 세상이 너무 각박해져 가고 있다. 사회는 온통 돈독 오른 사람들로 가득한 것 같다. 돈만 보이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사람 냄새 보다는 돈 냄새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오늘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돈 냄새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있다.


 요즈음은 돈 냄새보다 사람 냄새가 그립다.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 이런 사람과 밤새도록 허물없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싶다. 이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내 몸에서도 사람냄새가 풍겨날 것 같다. 즉 오래 맡아도 질리지 않는 고상한 냄새가 나의 몸으로 전해져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