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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는 국민교복인가?

행복한 까시 2011. 12. 6. 07:00

 

 

 큰딸이 학교에서 돌아와 아내에게 조른다.

“엄마 노스페이스 점퍼 사주세요.”


“점퍼 있잖아. 있는데 또 뭘 사니?” 


“아이들 다 입었단 말이에요. 사주세요. 네.”


 아내는 못 사준다고 했다.

그랬더니 큰 딸은 투정을 부렸다고 한다. 나는 최근까지도 노스페이스가 뭔지도 몰랐다. 사람들이 바람막이 점퍼를 입에 오르내렸을 때도 그 옷이 뭔지 관심도 없었다. 브랜드에 그리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브랜드 보다는 디자인이나 옷의 질이 좋으면 그냥 사서 입었다. 그래서 사다가 보면 때로는 브랜드 옷도 사 입고, 아니면 브랜드가 없는 옷도 사 입기도 했다. 브랜드 보다는 옷의 질을 많이 따지는 편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유행하는 옷이나 신발을 가졌어도 투정 부리지 않았다. 디자인이나 옷의 질이 좋으면 그냥 사 주는 대로 입던 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딸들이 변했다. 다른 아이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남들이 입고 다니니 자신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과 보조도 맞추고, 기죽기가 싫은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모두 갖고 있는데 자신만 갖고 있지 않으면 왠지 불안한 그런 심리가 있는 것 같다.


 딸의 옷 사건 이후로 아이들의 옷을 유심히 살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노스페이스를 입고 있었다. 지나가는 중고생 대부분이 노스페이스를 입고 있는 것이다. 그 광경에 놀랐다. 한두 푼도 아니고 몇 십 만원을 주고 사야 하는 옷이다. 그 비싼 옷을 모두 입고 다니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런 옷을 입을 정도로 우리가 잘살게 된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일종의 과시용 같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인 것이다. 물론 사는 것이 넉넉해서 입고 다니는 것이라면 할 말이 없다.


 더 놀란 것은 이것뿐이 아니다.

어른들도 입고 다닌다는 것이다. 어른들 뿐만 아니라 70세쯤 되신 분들도 입고 다닌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 교복인 셈이다. 그 옷들을 보니 노스페이스 돈 엄청 벌었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장난이 아니다. 돈을 번 정도가 아니라 대박이 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노스페이스를 대박 나게 한 것이다.


 한 때는 똑 같은 옷을 입으면 창피해 한 적이 있었다.

남들이 나와 똑같은 옷을 입으면 기분이 나쁘기도 했었다. 그런데 노스페이스는 똑같은 옷을 입어도 자랑인 것 같다. 거리에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노스페이스는 한국에 와서 성공했다.

우리 국민들이 성공 신화를 만들어 준 것이다. 우리가 노스페이스에 열광하는 동안 돈은 모두 업체에서 벌어간 것이다. 물론 노스페이스가 품질이 좋아서 사람들이 열광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들이 입으니까 나도 입는다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이다. 명품이니까 호기심으로 한번쯤 입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남들이 노스페이스에 열광한다면 나 한사람쯤은 다른 브랜드의 아웃도어를 입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