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건축학 개론> 과거의 내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린 영화

행복한 까시 2012. 4. 9. 07:05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보았다.

천천히 진행되는 사건의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요즘처럼 스피드한 시대에는 이런 느린 사랑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숨이 막힐 듯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휴식을 주었다. 다소 지루할지는 모르지만 조용한 호숫가에 앉아 있는 것처럼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배우들의 인상도 영화의 전개에 맞게 편안하고 순수했다.

 

 

 

                           

 

 

 

 순수한 첫사랑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다. 이루어지지 못해서 더 애절한 것이 첫사랑이다. 그래서 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첫사랑이다. 바람둥이 남자가 아닌 보통의 남자들은 사실 여자 앞에서 말도 잘 못한다. 나도 학창시절에 그랬다. 주인공 승민처럼 여학생 앞에서 말도 잘 하지 못했다. 늘 어정쩡한 표정으로 여학생 앞에 서곤 했다. 그래서 연애다운 연애 한번 못해봤다. 주인공 승민이는 그래도 나보다 낫다.

 

 승민이의 찌든 삶이 내 모습 같았다.

그 당시 대학교를 다닐 정도면 아주 가난한 삶은 아니었다. 하지만 학창시절에도 강남에 사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 사이에는 어느 정도 벽이 있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쪽 애들을 보면서 가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곤 했다. 그런 것을 만회하기 위해 더 처절하게 공부를 했는지도 모른다. 공부로라도 그 애들을 이기고 싶은 생각이 마음 속 깊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애들은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사는 것이 넉넉하니 그리 공부를 할 필요가 없었는지 모른다.

 

 30, 40대 어른들을 위한 영화였다.

그 때의 추억을 끄집어내어 감성을 자극하는 그런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학창시절로 다시 돌아가고픈 충동이 들었다. 강의실, 캠퍼스, 친구들의 대화가 추억을 자극했다. 간간히 등장하는 승민 엄마와 서연 아버지가 우리세대의 부모에 대한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에 주었다. 아들의 무뚝뚝한 사랑과 딸의 섬세한 사랑이 잔잔히 묘사 되었다.

 

 <건축학 개론>은 과거의 내 모습 같은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나의 이야기를 영화에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순진한 승민의 모습이 그랬고, 여학생을 보고 말 한번 못 붙여본 바보 같은 내 모습이 그랬다. 예쁜 여학생을 보고 가슴앓이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와 같았다. 가난에 찌들어 학창시절 하고 싶은 것도 못한 주인공의 모습도 나였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그런 생활도 한편의 추억으로 넘길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영화가 끝나고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영화의 여운을 오래 마음속에 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울려 퍼졌다. 그 노래를 듣기 위해 오랫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맨 마지막으로 영화관을 빠져 나왔다. 주말 내내 영화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영화가 강렬하지 않아 오히려 여운이 더 긴 같다. 나중에 영화에서 서연이가 지은 집 같은 그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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