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응급실에서

행복한 까시 2006. 2. 4. 17:26
 

 한 열흘 전에 응급실에서 하루를 지낸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응급실에는 작은 놈이 감기가 아주 심해서 잠시 간적이 있었고, 한번은 친구가 술을 많이 먹고 전신이 마비되어 가본 적이 있다. 이 두 번은 잠깐 갔었고, 작은 병원이라 응급실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큰 병원의 응급실이라 많은 것을 경험 했다.


 그 날은 집사람이 다섯 번째 항암치료 받는 날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날은 회사의 업무계획 브리핑이 있는 날이라 집사람을 누나에게 부탁하고, 나는 본사로 출근을 했다. 다행이도 브리핑이 일찍 끝나 나오면서 누나에게 전화를 했다. 누나는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로 주사쇼크가 있어 응급실에 있으니 빨리 병원으로 오라고 말을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 나가는 것같이 맥이 탁 풀렸다. 항암주사를 못 맞으면 어떻게 되는 건지 조바심이 났다. 다음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부랴부랴 병원에 도착했다. 응급실에 도착해 보니 다행이도 집사람은 주사 쇼크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상태였다.


 상황을 들어보니 주사를 조금 맞았는데, 온몸에 알러지가 생기면서, 가슴이 답답해지고, 근육이 마비되는 일종의 부작용인 주사쇼크였다. 다행이도 아주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해서 화를 면한 것 같다. 누나가 많이 놀랐는지 아무 말 없이 울고 앉아 있다. 얼마나 상황이 힘들었으면 울까 생각하니 누나에게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든다. 맨 처음 주사 맞을 때도 누나가 갔는데, 그때도 누나가 많이 고생한 것 같다. 내가 같이 가지 못한 날만 꼭 힘든 상황이 발생하는 것 같다. 상황이 답답하여 응급실 담당 의사에게 물어 보니 일단 지켜보자고 한다. 6시간을 경과하여 아무 이상이 없으면 퇴원하라고 한다.


 다행이도 집사람의 상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회복되었다. 누나와 나는 계속 마사지와 팔다리를 주물러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도왔다. 어느 정도 회복 된 것 같아서 누나는 먼저 보내고 집사람과 단둘이만 응급실에 남았다. 집사람이 회복이 어느 정도 되니 주위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꼭 난민 수용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응급실 안에도 발 디딜 틈도 없이 환자로 꽉 차 있고, 복도에도 환자가 꽉 차있다. 환자들도 다 위급한 환자들이다. 꼭 허준 드라마에서 환자들이 대문밖에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는 상황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큰 병원이라 대부분 중증 환자들이다. 피를 토하는 사람들, 복수가 가득 찬 사람들, 의식이 불분명한 사람들, 아픈 가족 때문에 울고 있는 사람들, 그 중에는 의사도 포기한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광경을 보고 있으니, 멀쩡한 사람도 아픈 느낌이 든다. 거기에다 공기는 탁하여 머리도 아파 왔다.


 아주 절박하게 아픈 가운데도 가족들의 사랑이 많이 보인다. 아플 때에는 가족들의 사랑이 많은 힘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힘들고 아플 때에는 가족 밖에 없다고 하는가 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우자들이 옆에 있었고, 결혼을 하지 않은 남자들의 경우에는 어머니나 누나들이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경우에는 자식들이 지키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정성스럽게 간호 하는 모습을 보며, 모두 빨리 건강을 회복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절박한 가운데도 여기저기서 음식을 먹는다. 하긴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니 먹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음식 냄새가 섞여 머리가 아프다. 집사람도 점심을 못 먹었으니 무언가를 먹여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무엇을 먹여야 할지 모르겠다. 집사람이 좋아하는 딸기를 먹겠냐고 하니까 먹는다고 한다. 지하 슈퍼에 가서 딸기와 떡을 사왔다. 우리도 그 가운데서 음식을 꾸역꾸역 먹었다. 목에 잘 넘어가지는 않았지만 억지로 먹었다. 사람들은 아파서 난리치는 상황에서도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좀 모순된 상황이기는 하지만 우선 환자를 먹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것이 마음속에 있었다.


 응급실에서 시계만 쳐다보고 있으니 하루가 무척이나 지루 하다. 오후 9시가 되어 담당의사에게 물어 보니 이제 집으로 가도 좋은데, 그래도 불안하면 여기서 자고 내일 가라고 한다. 집사람은 좀 불안한가 보다. 나 역시 불안하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응급실이 싫기도 하다. 한참 고민한 후 병원 근처에 있는 누나네 집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병원 밖을 나오니 상쾌한 공기에 금방 정신이 드는 것 같다. 이렇게 하여 그때의 응급실 사건은 마무리가 되었다. 다행이도 집사람은 주사쇼크에서 벗어나 하루하루를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얼마 후면 병원에 또 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을지 내심 걱정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금도 응급실에는 아픈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빨리 입원실을 잡아서 치료를 했으면 좋겠고, 또한 빨리 건강을 회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건강을 잘 챙기고 지켜서 병원신세를 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무리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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