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장난감

행복한 까시 2006. 2. 26. 15:20

 오랜만에 만끽하는 휴일이다. 이렇게 평화로운 휴일을 맞아 본적이 언제인지 아득하기만 하다. 그래도 머리 한 구석에는 회사 일로 골치 아픈 일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만큼은 회사 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커피 한잔 마시고, 뒷산에 가서 운동을 하고 돌아오니 딸들이 장난감을 만들어 재미있게 놀고 있다.

 

 거실 유리창에 스카치 테이프를 이용하여 요요를 고정시키고, 집에서 아무렇게나 뒹구는 끈으로 연결하고, 링처럼 생긴 머리 고무줄을 요요 줄에 끼워서 한쪽을 잡아당겼다가 놓으면 링처럼 생긴 머리 고무줄이 왔다갔다 움직인다. 아이들은 그것이 재미있는지 마냥 즐거워하고 있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아이들은 작은 것에도 많이 즐거워하는 것 같다. 아마 나도 우리 딸들처럼 어린 시절에는 작은 것에도 즐거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작은 일에 호기심을 잃어버린 것을 보면 세상살이에 찌든 때가 많이 묻은 것 같은 느낌이다.

 

 요즈음은 기술의 발달로 장난감도 첨단을 달린다. 전원만 공급하면 움직이는 자동차, 움직이는 로봇, 원격 조정되는 장난감도 흔하고, 실제 자동차와 같이 움직이는 자동차도 있다. 또한 여자 애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들은 예쁘고 다양한 것이 많으며, 집안 살림살이를 그대로 축소해 놓은 소꿉놀이 장난감도 많다. 그러니 장난감 가격도 보통 몇 만원에서 몇 백만원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요즈음 이렇게 장난감이 흔한데도 불구하고 우리 집에는 장난감이 거의 없다. 장난감을 사줄만한 재력도 안되지만 또 다른 이유는 이런 장난감이 아이들의 창의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 사주지 않았다. 집에 있는 장난감이라고는 인형 몇 개와 소꿉놀이 세트 몇 개가 전부이다. 그나마 그것도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어린이날에 사주거나 친척들로부터 받은 것이다. 장난감이 없는 대신에 은물이나 블록, 수학에 쓰이는 교구는 약간 사주었다. 장난감이 없으니 아이들은 블록이나 은물 같은 교구를 장난감으로 알고 잘 가지고 논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참 재미있다. 손수건으로 인형 옷을 만들어 입혀서 플라스틱 바구니에 눕히고 놀며, 또 어떤 때는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슈퍼맨이라고 하며, 베개를 가지고 자기들이 갖고 싶어하는 이층침대를 만들어 인형을 눕히고 논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매일 가위로 종이를 오리고 접어서 각종 장난감을 만들어 낸다. 그러기에 색종이만 보면 그것을 쓰지 못해 안달이다. 매일 여러 가지 모양을 접고 오리고 풀칠하는 모습을 보면 학교의 미술시간을 방불케 한다. 따라서 우리 집의 스카치 테이프, 풀, 가위, 색종이는 수난의 연속이다. 그리고 집안은 늘 폭탄 맞은 것 같다. 퇴근하여 돌아와 보면 어떤 날은 발을 디딜 틈도 없다. 집이 지저분해도 아이들이 건강하게 놀고 자라는 것이 대견하기만 하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대형 할인점에 생필품을 사러 간 일이 있었는데, 작은아이가 인형이 무척이나 갖고 싶었나 보다. 그 앞에서 인형을 만지며 떠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얼마동안 앞에 서서 안형을 만지고 있었는데,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었다. 순간 많은 갈등과 함께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다. 사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것을 사주면 한 이틀 정도만 행복감을 갖지만 그 뒤에는 방구석에 이리저리 굴러다닐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장난감이 사주면 한 이틀 정도는 잘 가지고 놀지만 그 다음에는 싫증을 느끼기 때문에 버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에게는 집안에 있는 모든 가제도구가 장난감인 것 같다. 손수건, 수건, 보자기, 베게, 이불, 부엌살림도 모두 장난감이다. 여러 가지 물건을 가지고 잘도 논다. 어떻게 그리 기발한 생각을 해 내는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장난감을 많이 사주지 않았다. 장난감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장난감이 없어서 여러 가지 물건을 가지고 잘 노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 줄에 손수건을 널어놓고 있다. 마치 빨래 줄에 빨래를 널어 놓은 모양같이 말이다.   

'딸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동 먹고 싶어  (0) 2006.03.14
더러워진 냇물  (0) 2006.02.26
냇가  (0) 2005.11.26
서울 구경  (0) 2005.10.03
인라인을 사다.  (0) 200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