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우동 먹고 싶어

행복한 까시 2006. 3. 14. 18:35
 

  후라이드 치킨, 피자, 떡볶이, 김밥, 오징어튀김, 감자튀김,  햄, 소시지, 우동, 라면, 칼국수, 식빵 등이 9살과 6살 된 우리 두 딸들이 좋아하는 음식 목록이다. 모두 패스트푸드의 일종이다. 왜 그렇게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요즘 집사람의 건강 때문에 자제를 시키니 더 먹으려고 한다. 위에 열거한 음식을 주면 우리 딸들은 생전 처음 음식을 보는 사람처럼 맛있게 먹는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사주자니 건강이 문제가 되고 안사주자니 먹고 싶어서 난리를 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지난 일요일에는 큰딸이 아침부터 우동을 사달라고 졸랐다. 하긴 우동을 먹인지도 오래된 것 같아 두 딸과 함께 시내로 우동을 먹으러 갔다. 시내에는 주차하기가 어려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갔다. 아이들은 매일 승용차만 타기 때문에 시내버스를 타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 버스타고 가자고 조른다. 그동안 날씨가 추워서 못 태워 주었는데, 오늘은 날씨가 좀 풀려 버스도 태워 주고 좋아하는 우동도 먹일 수 있어 내 자신도 기분이 좋아진다. 버스 정류장에 가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는데, 다행이도 버스가 금방 왔다. 자리가 없어서 큰아이와는 떨어져 앉았다. 작은 아이를 안고 같이 앉아서 가는데, 큰아이가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내가 큰아이를 두고 내릴까봐 불안한가 보다. 우리도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다닐 때 부모님을 놓칠까봐 조바심을 내던 때가 있지 않았던가? 그 모습을 보니 어린시절에 대한 추억이 스쳐 지나간다.


  드디어 우동 파는 집에 도착했다. 몇 번 가본 음식점이라 모든 것이 익숙하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음식점 이름이 일본식 이름이라 마음에 걸린다. 먼저 우동 두개를 시키려고 하니 주인이 하나만 시키라고 한다. 우리 딸들을 과소평가 한 것 같다. 우동이 식으니까 우선 하나 시켜 주고 모자라면 더 시키기로 했다. 나는 알 밥 정식을 시켰다. 우동 두 그릇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그래도 이왕이면 먹을 만 한 것을 먹어야 하지 않는가? 알 밥 정식에도 우동이 곁들여 나왔다. 밥을 먹고 있다가 보니 금새 우동 한 그릇과 알 밥에 곁들여 나온 우동 까지 다 먹어 치운다. 다시 한 그릇을 더 주문했다. 한 반쯤 먹더니 배가 부르다고 한다. 큰 아이는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우동이 욕심이 나나 보다. 자꾸 덜어다가 먹는다. 국물도 숟가락으로 떠서 계속 먹는다. 우동이 남은 것이 많이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몸에 좋지 않은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식들이 배불러 하는 것을 보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한 집안의 가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기분 좋게 먹고 다시 나와서 버스를 기다린다. 올 때에도 버스는 바로 왔다. 오늘은 운이 좋은 것 같다. 어떤 때는 한참이나 기다려야 버스가 오는데 바로 오니 말이다. 버스란 것은 내가 타려고 하면 더디게 오고, 기다리지 않을 때에는 자주 오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이 버스의 속성인가 보다. 아마 버스는 일정한 배차 간격으로 오는데, 우리 마음속의 시계가 그렇게 조절하는 것 같다.


  큰 딸은 집에 도착해서 조금 놀더니 또 보챈다. 다음에 우동은 언제 사줄 것이냐고? 그리고 또 치킨은 언제 사줄 것이냐고? 치킨은 매달 한번씩 사주어야 하니까 4월 1일 날 사주어야 한다고 못을 박는다. 3월 1일 날 치킨을 먹었으니 4월 1일 날 사주어야 한다며 자기 방식대로 정한 규칙을 고집하고 있다. 앞으로도 걱정이다. 이런 패스트푸드를 사주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이다. 사주자니 건강이 울고, 안사주자니 아이가 울고, 도대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은 사주는 주기를 최대한으로 늘려서 사주는 것이 나의 전략이다. 오늘도 퇴근하여 들어가면 또 무엇을 사달라고 떼를 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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