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자전거 배우기

행복한 까시 2006. 10. 3. 23:15

 우리 큰딸은 지난 일요일부터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주 어렸을 때에는 실내에서 타는 세 발 자전거가 있었고, 조금 자라서는 실외에서 타는 세 발 자전거가 있었다. 여섯 살 때에는 두발 자전거를 사주었는데, 말이 두발 자전거이지 보조 바퀴가 달려 네발 자전거나 마찬가지이다. 이제 키가 훌쩍 자라서 그 자전거는 탈수가 없단다. 키가 자라서 못타는 이유도 있지만 초등학교 2학년이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타려니 시쳇말로 쪽팔려서 그러는 것 같다. 보조 바퀴가 달리지 않은 자전거를 사달라고 한다. 

 

 이처럼 아이들이 커감에 따라 사주어야 할 자전거도 다양한 것 같다. 커가면서 나이와 체격에 맞는 자전거를 사주어야 하니 말이다. 동네 아이들이 다 자전거를 가지고 있으니, 남들 하는 것은 다 가지고 싶어하는 것이 아이들의 속성인지라 자전거를 사주지 않고는 아이들 성화를 이겨낼 수 없다.

 

 큰 아이에게 자전거를 사주어야지 하면서도 왜이리 돈 들어갈 일은 많은지, 봄부터 사달라고 조르는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이제까지 온 것이다. 일요일 아침에 청소를 하고 있는데, 이웃집에서 연락이 왔다. 사용하지 않는 자전거가 있으니 가져다가 큰 아이에게 주라는 것이었다. 너무도 고마운 마음에 한걸음에 가서 가지고 왔다. 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안장을 좀 낮춰주니 큰 아이에게 딱 맞는다. 안장을 낮추는데 변변한 연장도 없어 그 집의 신세를 졌다. 기계를 잘 다루지 못하니 당연히 우리 집에는 변변한 연장이 없다. 기계를 잘 다루지도 못하지만 그 쪽 방면에는 늘 둔하다. 그래서 기계나 전기를 고치려면 늘 남의 손을 빌리곤 한다. 

 

 자전거의 안장을 고치기가 무섭게 큰 아이는 자전거를 타러 가자고 조른다. 할 수 없이 따라 나갔다. 뒤에서 붙잡아 주는데 얼마나 힘든지 팔이 떨어져 나갈 지경이다. 그래도 자식이라는 이유 하나로 계속 따라 다니며 붙잡아 주었다. 그런데 딸아이는 아직 중신 잡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중심을 잘 잡지 못하니 뒤에서 잡아 주는 나는 팔이 아플 정도로 힘든 것이다. 혼자 타라고 하면 1미터도 전진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뒤에서 잡아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혼자 터득하는 것도 중요하므로 나중에는 혼자 타라고 방치해 두었다.

 

 딸아이가 자전거와 씨름하고 동안 그늘에 앉아서 내가 자전거를 배우던 시절을 회상해 본다. 사실 난 고등학교 때까지 자전거를 탈 줄 몰랐다. 집에 자전거가 있었는데도 타지를 못했다. 아마 타는 것에 대해 겁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유는 어렸을 때 자전거 뒤에서 떨어진 나쁜 기억이 내게서 자전거를 멀리하게 했다. 그 때까지 자전거를 타지 못했으니 집에서 놀림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보다 한참 어린 내 동생은 자전거를 참 잘도 탔다. 그래서 가족들에게는 나라는 존재는 자전거 하나도 제대로 못타는 멸시의 대상이었다. 운동 신경도 없는 데다가 겁도 많으니 자전거를 쉽게 타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 문득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는 다리가 길어서 자전거를 배우기가 그래도 수월했다. 먼저 중심을 잡는 연습을 했다. 패달을 밟지 않고 내리막에서 중심 잡는 연습을 하니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연습을 하는데 사람들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고 지나간다. 그래서 사람들이 있으면 서 있다가 사람들이 지나가면 연습을 하곤 하던 생각이 난다. 자전거는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포인트로 연습하였다. 그렇게 연습하여 자전거를 타게 되었을 때의 기쁨은 정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기분은 운전 면허시험에서 합격했을 때의 기분과 흡사하였다. 자전거를 탈 줄 알게 되고 나서도 자전거를 많이 타지는 않았다. 시골에서는 비포장이라 엉덩이가 아파서 잘 타지 않았고, 도시에서는 마땅하게 탈 공간이 없어서 탈 기회가 없었다. 가끔 동생이랑 여의도 광장에 가서 자전거를 빌려서 타곤 했다. 동생은 여의도 광장에 가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방학이 되어 동생이 올라오면 동생을 즐겁게 해주려고 여의도 광장에 자주간 기억이 난다. 드넓은 여의도 광장에 가서 자전거나 롤러 스케이트를 타면 기분 전환이 되기도 하였다. 동생과 함께 여의도 광장에서 자전거를 타던 시절이 지금 생각해 보면 행복한 시간이었다.

 

 딸아이도 내가 자전거를 배울 때와 같은 모습으로 자전거를 배우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면 멈춰 서 있다가 사람들이 지나가면 다시 연습하고 말이다. 그래도 오늘은 첫날보다 많이 나아졌다. 뒤에서 잡아 주는데, 힘이 더 적게 든다. 어느 정도 중심 잡는 것을 터득 한 것 같다. 그러나 아직도 며칠은 더 연습해야 잘 탈 수 있을 것 같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연습하는 모습이 조금은 안타까워 보이기도 한다.

 

 딸아이의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어린 시절 모습이 오버랩 되어 지난 간다. 이처럼 딸아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서 과거의 내 모습을 하나 둘씩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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