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작은딸이 쓴 편지

행복한 까시 2006. 11. 15. 22:00

  저녁때 퇴근해서 돌아와 보니 올해 여섯 살 된 작은딸이 편지를 써 놓았다. 색종이에 써 놓았는데, 한쪽 면은 나에게 쓴 편지이고, 다른 한쪽 면은 집사람에게 쓴 것이다. 색종이에 쓴 편지를 냉장고에 아주 예쁘게 부쳐 놓았다. 글씨는 곧잘 읽지만 쓰는 것은 아직 많이 서툴다. 주로 소리나는 대로 쓴 글씨가 대부분이다. 편지를 토씨하나 안 건드리고 그대로 옮겨 보았다.

 

 

 

   엄마께

  엄마 사랑해요.
  엄마 우리가 만히 힘들게 해가주구요 제송함니다.
  그리고 우리가 바쁘게 해가주구요 제송함니다.
  엄마 겅강 하세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2006년 11월 15일 수요일입니다.


 

 

  아빠께
  아빠 사랑해요.
  아빠 우리가 만히 힘들게 해가주구요 제송함니다.
  그리고 우리가 바쁘게 해가주고요 제송함니다.
  아빠 겅강 하세요.
  엄마 아빠 사랑해요.
  2006년 11월 15일 수요일입니다.

 

 


 
 편지의 내용은 같고 엄마 아빠만 바꾸어 놓았을 뿐이다. 작은딸은 막내라 그런지 떼를 써도 예쁘고, 맞춤법을 틀려도 예쁜 것 같다. 우리 작은딸의 맞춤법은 소리나는 대로 쓰는 것이 특기이다. 요즘 자주 표현하는 작은 딸의 맞춤법은 "부농색(분홍색), 떡꼭기(떡복이), 목거리(육거리), 봉숭아북(동서남북)" 등등이다.

 

  아무튼 작은딸의 편지를 받고 나니 기분이 좋다. 잘 쓰여진 편지보다 더 소중하고, 값어치가 있다. 살아가면서 행복하다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가까이 있는 이런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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