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우리집 큰딸이 동생을 야단치는 이유

행복한 까시 2006. 12. 7. 21:40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옷을 입는데 집사람이 웃으며 나에게 다가온다. 무슨 일인가 하고 보았더니 한 손에 종이를 들고 읽으며 웃겨 죽겠다는 표정이다. 나도 궁금하여 종이 쪽지를 들고 읽다가 웃겨서 기절할 뻔했다. 그 내용은 바로 큰 딸아이가 제 동생에게 야단치는 이유를 편지라는 형식을 빌려서 써 놓은 것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글을 썼을까? 이것이 큰 딸아이의 진심일까? 아니면 엄마가 매일 써먹는 이야기가 머리 속이나 가슴속에 남은 것은 아닐까?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런 편지를 썼는지 궁금할 뿐이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승진(동생)이 에게
   승진아 안녕?  언니야
   비록 언니는 너에게 자주 화내지만
   그것은 너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고
   마음속으로는 '내가 왜 그랬지?' 하고
   겉으로는 화내지만 마음속은 사랑으로
   가득 차있고 눈물을 흘리며 고동친단다.
   사실 언니는 너를 목숨을 걸을 것처럼
   좋아한단다.
   그럼 우리 이제 사이좋게 지내보자.
   잘 부탁해.
   안녕?

 

   2006년 12월 6일 수요일

   -언니가-  

 


  이 글을 읽으며 우리집사람은 이게 바로 내가 너(큰딸)에게 하고픈 말이라고 한다. 어쩌면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놓았냐 하며 웃음을 참지 못한다. 나 또한 우리 큰딸이 정말로 생각이 있어서 이런 편지를 쓴 것인가 의심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요즘아이들은 사춘기도 빨리 온다고 하는데, 정말로 철이 빨리 드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래도 여전히 아홉 살 된 언니가 여섯 살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보기에는 아직도 의심이 간다. 하지만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속담처럼 나도 아홉 살 된 큰 딸아이를 마냥 아주 어린아이로 취급하는 것은 아니가 생각해 본다.

 

  아이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보통 때는 어린 아이 같기도 하다가 어떤 때는 아주 어른스러운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또한 어른들도 마찬가지이다. 보통 때는 어른스러운 행동을 하지만 어떤 때는 아주 천진 난만한 어린이 같은 면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 세계에도 어른들 세계처럼 나름대로 아랫사람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모양이다. 따라서 오늘 내린 결론은 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 각각의 성향을 갖는 양면성이 있다는 것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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