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봄나물을 캐며 행복도 함께 캐다.

행복한 까시 2007. 2. 26. 20:32
 

 오랜만에 주말동안 집에 있게 되었다. 주5일제를 하지만 토요일, 일요일 이틀 동안이나 집에 있는 날은 실제로 얼마 되지 않는다. 왜 이리 주말에는 여러 가지 잡다한 일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토요일 아침에 아침을 먹고 나서 청소 좀 하고, 집안 정리를 하고 나니 오전이 금방 지나갔다. 점심을 먹고 났는데, 가만히 있자니 너무 심심했다.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밖으로 나가자는 제안을 했다.


 아이들에게 봄 구경을 시켜줄 겸해서 쑥을 뜯으러 가자고 제안을 했다. 아이들도 집사람도 덕분에 바람 좀 쐬자고 좋다고 한다. 아이들도 쑥을 뜯겠다고, 도구를 챙기느라 바쁘다. 우선 비닐 봉투 몇 개와 칼, 모종삽을 준비를 했다. 장소는 예전에 블로그에서 알게 된 분이 가르쳐준 곳으로 정했다. 그곳은 가족들과 새우찌게를 먹던 음식점이 있는 시골마을이다. 앞에 커다란 개천이 흐르는 한적하고 전형적인 조용한 시골마을이다. 차를 몰고 가는데, 아이들과 집사람은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에 즐거워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차를 몰고 가다가 보니 어느덧 봄이 성큼 다가와 있는 느낌이다.


 드디어 그 마을에 도착했다. 길가의 새우찌게를 먹던 그 음식점은 오늘 휴업이라는 팻말을 내걸었다. 아마도 주인아저씨 내외분이 외출을 한 것 같다. 그 집을 지나서 더 들어가니 아스팔트가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나왔다. 그곳에 차를 세워 놓고, 강가로 향했다. 온 가족이 나란히 강가로 걸어가는데 평화롭고 한가로운 느낌이 든다. 이런 평화로움을 맛본지가 언제인가? 까마득한 것 같다. 강가에 가서 물도 구경하고, 아이들과 거닐었다. 공기도 상쾌했다. 강 건너 음식점에서는 최신가요를 크게 틀어놓았는지 계속 귀에 낯익은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다.  


 한참을 거닐다 드디어 쑥을 찾았다. 산삼을 발견한 것 보다 더 반가웠다. 아이들도 쑥이 있다고 신이 나서 쑥을 뜯겠다고 난리가 났다. 그런데 아직 쑥이 덜 자라서 뜯을 수가 없다. 쑥을 뜯기에는 너무 작은 것이다. 그래도 쑥을 뜯으러 왔으니 쑥을 뜯어야 체면이 좀 설 것 같다. 그래서 작은 쑥이나마 뜯었다. 한 보름정도 있다가 오면 그때는 쑥을 뜯기가 안성맞춤일 것 같다. 조금 뜯고 나서 다시 산책을 했다. 개울가에 앉아서 놀기도 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무당벌레도 보고, 이것저것 풀을 관찰하기가 바쁘다.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도 나물이라고 뜯어 넣는다. 그 모습을 보니 너무 천진스럽다.    


 다시 산책을 하다가 이번에는 냉이를 발견했다. 가지고 온 모종삽을 이용하여 냉이를 캐었다. 딸들도 서로 캐겠다고 싸우고 난리가 났다. 서로 많이 캐려고 경쟁하는 모습을 보니 어릴 적 누이를 따라 나물 캐던 일이 생각이 난다.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 누이를 따라 나물 캐러 따라 다녔다. 그 당시만 해도 사내아이가 나물을 캐면 고추 떨어진다고 놀리던 시절이었다. 나중에는 다니지 않았지만 누이를 따라 나물 캐러 가면 남들보다 더 많이 캐려고 욕심을 부리곤 했다. 아이들의 모습이 그때의 내 모습과 많이 닮았다. 주변에 있는 냉이를 모두 캐니 양이 제법 많다. 냉이도 뿌리가 굵고 제법 먹을 만하게 생겼다.


 이렇게 해서 쑥을 캐는 나들이는 끝이 났다. 사실 명분은 쑥을 뜯기 위한 나들이였지만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쑥을 뜯지 못해도 바람만 쐬고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하고 출발한 것이었다. 그런데 쑥도 조금 뜯고, 냉이도 캐고, 가족들과 여유롭고, 평화로운 시간도 보냈다. 아이들도 즐거워하고, 집사람도 즐거웠고, 나 또한 즐거웠다. 이렇게 가족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행복해진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것이란 것을 쑥을 캐며 발견했다. 쑥과 냉이를 캐며 행복도 함께 캐낸 것이다. 여러분도 시간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봄나물을 캐면서 덤으로 행복도 함께 캐어 내기를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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