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엄마, 피아노학원 안가면 안돼요?

행복한 까시 2007. 4. 4. 22:35
 

 올해 일곱 살 된 우리 작은딸 참 욕심이 많다. 언니가 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달라고 조른다. 언니가 책을 읽으면 저도 읽어야 하고, 언니가 영어를 공부하면 자기도 공부해야 한다. 게다가 언니가 칭찬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가끔 언니에게 칭찬이라도 해주면 눈 꼬리가 올라가며, 한바탕 난리가 난다. 그래서 결국에는 자기도 칭찬을 꼭 받아내야 직성이 풀린다.


 최근에 언니처럼 피아노 학원가겠다고 한 달 내내 졸라서 집사람이 피아노 학원을 등록했다. 그랬더니 하루 종일 피아노 가방을 끌어안고 온 집안을 헤집고 다녔다. 내가 퇴근해서 돌아왔는데, 현관에서 미처 신발도 벗지 못한 채로 작은 딸에게 피아노 학원에 대한 브리핑을 들어야 했다.

 

 “아빠 나 피아노 학원 다닌다.”

 “이거 피아노 가방인데, 예쁘지?”

 “이 가방 안에 피아노 배우는 책도 많다.”

 “아빠도 피아노 학원가고 싶지?”    

 “그럼 아빠도 피아노 학원가고 싶다. 야! 가방도 멋지다. 승진이는 좋겠네.”

하며 조금은 과장되게 작은 딸의 들뜬 분위기를 맞춰 주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도 기분이 좋은지 잠 잘 때까지 피아노 가방을 들고 다녔다. 속으로는 저렇게 좋아하는데 미리 보내줄 걸 하는 마음도 들었다.


 작은 딸이 그렇게 좋아하던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고 정확히 3일이 흘러갔다. 드디어 4일째 되던 날 집사람에게 작은 딸이 제안을 해 왔다.

 “엄마, 나 피아노 학원 안가면 안돼요?”

 “안돼, 엄마는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본단다.”  

 

 그랬더니 작은 딸이 하는 말

 “그럼 저번에 영어 하다가 왜 끊었어요?”

갑자기 집사람이 할말을 잃었다고 한다.

 사실 영어 과외를 하다가 1월 달부터 급여가 불규칙하게 지급되어 영어를 끊은 상태였다.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몇 개월이 금방 지나간 것이다.

 

 그랬더니 큰 딸이 엄마를 생각해서

 “그때는 집에 돈이 부족해서 끊었던 거야”

하며 집사람이 하려는 말을 대신 했다고 한다.

 

 사실 어린 아이들도 집안 돌아가는 것을 잘 아는 것 같다. 그리고 작은 딸은 언니가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나서 피아노를 잘 치니까 욕심이 났었나 보다. 그런데 막상 피아노 학원가서 피아노를 배우려하니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또 며칠이 흘러갔다. 집사람이 단호하게 나오니 지금은 그럭저럭 잘 다니고 있다. 오늘은 피아노 학원에서 똘똘하다고 칭찬 받아서 우리 작은 딸 기분이 좋아 들떠 있다. 


 오늘 저녁에도 욕심 많은 우리 작은 딸은 언니 해준 것 자기는 안 해 준다고 투덜거리고 있다.

 “언니는 은물 해주고 나는 안 해주고”

 “언니는 영어 해주고 나는 안 해주고”

 “언니는 미술 해주고 나는 안 해주고”

 계속 언니와 비교하며 자기의 요구사항을 입에 달고 다닌다. 욕심 많은 작은딸 비위를 맞추려면 허리가 한 두 번은 휘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것을 하기 싫어하는 것보다 하고자 하는 욕심이라도 있다는 것에 대해 마음속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