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아빠의 권위는 상승 중, 엄마의 권위는 하강 중

행복한 까시 2007. 4. 7. 13:31
 

 아이들을 키우면서 재미있는 일을 많이 경험하게 된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변화하는 모습이라든가, 나름대로 머리를 쓰며 행동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들을 키우는 재미는 어리면 어린대로 크면 큰대로 제법 쏠쏠한 것 같다. 나는 느끼지 못했지만 아마 우리 부모님도 나를 키우면서 이런 감정을 가졌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엄마하고 주로 생활하니까 엄마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엄마가 늘 책을 읽어주고,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고 하루 종일 붙어 있으니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최고이다. 특히 우리 큰 딸은 더 그랬다. 그때 엄마의 권위는 신을 초월 할 기세였다. 아주 어렸을 때 내가 무엇을 가르쳐 주면 인정하지를 않았다.  한마디로 엄청 무시를 당한 것이다. 그런데 내가 무시를 당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큰 딸이 한 다섯 살 정도 되었을 때 “미운오리새끼” 동화책의 그림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해주는데 새 이름을 “페리칸”이라고 알려 주었다. 그랬더니 큰딸이 “사다새”라는 우기는 것이었다. 나는 사다새라는 것을 처음 들어 보았기 때문에 아니라고 우겼다. 서로 우기다가 나중에는 딸아이가 울음을 터뜨렸고, 나중에 집사람이 책의 내용을 보며 사다새라고 써있는 글씨를 가르켰다. 아뿔사 나는 그림만 보고 페리칸이라고 했는데, 책의 내용에는 정확하게 사다새라고 씌어져 있던 것이었다.


 그 이후로 아빠의 권위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내가 무엇을 가르쳐 주려고 하면 듣지도 않았다. 가끔씩 들을 때에는 듣고 나서 엄마에게 꼭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서 엄마가 맞는다고 해야 내가 말한 것을 인정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책을 재미있게 읽어 주지 못한다. 읽어 주어도 지루하게 읽어 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집사람은 책을 아주 맛깔스럽게 읽어주기 때문에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그러니 당연히 엄마의 권위는 올라 갈수 밖에 없던 것이었다. 그 당시 엄마의 권위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기세였다. 그에 비해 나의 권위는 땅속 깊은 곳으로 추락하여 빛도 보지 못하고 최근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아빠의 권위가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큰아이가 3학년이 되니 교과 내용이 조금씩 어려워 졌다. 바쁜 가운데 틈을 내어 조금씩 돌봐주니 큰 딸아이가 아빠의 실력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아빠와 공부하는 것을 무척 즐거워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옛날의 추락했던 권위를 회복하고자 야단도 치지 않고, 차근차근 수학이라든가 과학을 가르치니 요즘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나에게 가지고 와서 물어 본다. 그러면서 아빠의 실력을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올해 들어 모대학의 시간강사로 강의를 나가게 되었다. 그랬더니 딸들의 태도가 더 달라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저것 많이 관심을 가지고 물어본다. 무슨 과목을 가르치는가, 어느 대학인가, 몇 학년을 가르치는가 등등 궁금한 것이 많은 가 보다. 그래서 요즘은 딸들에게 잃어 버렸던 권위를 어느 정도 찾았고, 권위가 상승중이다. 반면에 집사람은 권위가 떨어져서 지금은 집사람과 내가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대치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집사람은 걱정이 많다. 지금은 동등하지만 앞으로는 나에게 뒤질 것 같은 생각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집사람의 권위가 땅속으로 기어들어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우리 집사람 어떻게 해서든지 권위를 올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도 지금은 권위가 상승중이지만 언제 추락할지 모른다. 조금이라도 허점을 보인다면 집사람 반격을 해 올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상승하고 있는 권위를 지키려 조금이라도 허점을 보이지 않으려 조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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