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작은딸이 엄마에게 쓴 편지

행복한 까시 2007. 4. 16. 20:17
 

 우리 작은 딸은 요즘 들어 글을 많이 쓴다. 편지도 쓰고, 글도 쓴다. 모두다 언니와 경쟁심리 때문에 쓰는 것이고, 언니가 글을 많이 쓰니까 무의식적으로 쓰는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에 아내를 감동시키는 편지를 작은딸이 썼다. 아직 학교를 다니지 않아서 맞춤법도 많이 틀리지만 아내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나는 좋겠다하며 겉으로는 냉소적으로 반응했지만 속으로는 그래도 흐뭇한 마음이 든다.



     엄마께


       

    엄마사랑해요.

 

    엄마 이제 말 잘 들을게요.

 

    영어도 큰소리로 잘 할게요.

   

    엄마 우리가 아프면 병원에 데여다 주셔서 고맜습니다.

 

    목욕도 시서조서 감사합니다.

 

    엄마 책도 잘 읽고 학교에 들어가서 백점마들게요.

 

    엄마 힘네세요.

 

    건강하세요.

 

    나의 하나박게 었는 우리 엄마

 

    2007년 4월 14일 토요일입니다.


    -승진이가-

 

 


 아내가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말들이 작은 딸의 편지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엄마 이제 말 잘 들을게요.”

 거의 매일 말 안 듣는다고 야단맞으니 잠재의식 속에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이 강박관념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영어도 큰소리로 잘 할게요.”

 아침에 영어를 공부할 때 아내가 큰소리로 따라하라고 주문하니까 아마도 이제 그만 잔소리하라는 의미로 편지에 쓴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약속을 표현한 것 같다.

 

 “엄마 책도 잘 읽고 학교에 들어가서 백점마들게요.”

 아내가 책 많이 읽으라고 주문하니까 책 읽는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리고 큰딸에게 아내는“나는 백점을 좋아한단다.” 하면서 백점 이야기를 자주 하니까 작은 딸은 학교가면 백점 받겠다고 큰소리를 치며 다닌다. 그리고 책을 잘 읽는다는 대목에서 “읽고”의 맞춤법을 틀리지 않고 썼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큰딸이 맞춤법을 가르쳐주었다고 한다.   

   

 “나의 하나박게 었는 우리 엄마”

 이 대목에서 아내가 감동을 먹은 것이다. 이 문구를 읽으며 아내는 좋아서 폴짝폴짝 뛰었다. 작은 딸의 편지 덕분에 집안에 웃을 수 있는 일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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