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물건을 팔면서 느낀 독특한 여성들의 유형들

행복한 까시 2007. 2. 2. 23:03
 

 최근 며칠동안 회사에서 실시하는 판매행사에 업무지원을 나간 적이 있었다. 과거 우리 집은 장사와 전혀 상관없이 살았고, 농사일을 최고의 일로 알고 계시는 부모님들도 장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셨기 때문에 나도 장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회사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영업과는 거리가 먼 부서에 있었기 때문에 영업 일선에서 판매 업무를 하는 것은 거의 처음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런 판매 업무를 하면서 장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몸소 체험했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수확이었다. 그래도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장사를 했기 때문에 실제로 자영업을 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쉬웠지만, 사람들 특히 여성들을 상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적나라하게 체험했다. 그러면서도 힘들기는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고 즐거운 일도 많았다. 


 처음에는 “어서오세요” 라는 인사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안녕히 가세요,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말도 어색하기만 하였다. 하자만 하루가 지나니 그런 인사말 들이 입에 배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리고 여자 고객들을 상대로 하루 종일 말을 하려고 하니 목도 아프고, 온몸의 에너지가 거의 소진되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든 지경이 되었다. 입으로는 말하고, 머릿속과 계산기로는 계산을 하고, 두 팔은 전표를 작성하고, 고객들이 골라 담은 제품을 쇼핑봉투에 넣어주고, 돈을 받아서 챙겨야 하니 첫날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다행이도 하루가 지나니 모든 것이 제법 익숙해졌다. 그래도 세일 행사를 하니 밀려드는 고객들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며칠을 보내면서 여러 유형을 여성 고객을 만나게 되었다. 대부분의 여성고객들은 조용하고 얌전하며, 예의도 바르고, 건전한 편이다. 극히 일부분의 여성들이 물건을 구입하면서 판매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여 전체 여성들을 비난받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로 유별난 고객의 유형이다. 물건을 사가지고 집에 가서 계산이 틀리다고 가져오는 여성들이 가끔 있다. 하지만 전표를 찾아서 계산해 보면 거의 틀리는 경우가 없다. 바쁜데 와서 다시 계산을 요구하는 손님들이 정말로 밉다. 그중 일부 손님은 두개를 구입해가지고 가서 한 개만 구입했다고 우겨서 돈을 환불해가는 고객도 있다.


 두 번째로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교환하러 오는 손님들도 종종 있다. 그런데 교환하러 올 때 구입해간 것을 그대로 들고 오는 것이 아니라 판촉물로 준 것을 빼놓고 오는 고객들도 종종 있다. 그래도 이런 손님들은 애교로 보아줄 수 있다. 가져간 물건을 써보고 가지고 오는 손님들도 종종 있다.


 세 번째로 물건값을 깍아 달라고 막무가내로 조르는 고객도 있다. 세일 행사이기 때문에 더 이상 할인이 안 되고, 전표와 금액이 일치해야 하기 때문에 1원도 틀리면 안 되는데, 깍아 달라고 하면 참으로 난감하기만 하다.


 네 번째로 행사기간에는 고객들의 방문 기념을 위해 샘플을 제공하는데, 무작정 샘플만 많이 달라고 조르는 고객들이 많다. 여성특유의 콧소리를 넣어 샘플을 더 달라고 요구하는 고객에게는 샘플을 더 주어도 그리 아깝지는 않다. 하지만 주었던 샘플을 빼앗아버리고 싶은 고객들도 많다. 샘플을 주는 대로 받아가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집어가는 고객들, 샘플을 받아가면서 이것 나쁜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 고객들, 그리고 샘플을 충분히 주었는데도 나가면서 샘플도 조금 준다고 비난하는 고객들, 샘플줄 때 아까워서 손이 떨린다고 비아냥거리며 나가는 고객들은 정말 주었던 샘플을 빼앗아 버리고 싶다. 그리고 이런 고객들도 있다. 샘플을 얻기 위해 하나 사고 계산하고, 또 하나 사고 계산하고 하여 무려 계산을 여섯 번 내지 일곱 번 계산하는 고객들도 있다. 그리고 매번 샘플을 제공했는데, 저번에 사갔을 때 샘플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 고객들도 상당히 많다.


 마지막으로 가장 질이 나쁜 고객은 판매장에 와서 자기 취향에 맞지 않는다며, 제품이 나쁘다고 떠들며 다니는 고객들이 있다. 그리고 제조일자가 오래된 것 아니냐고 묻는 고객들, 왜 이렇게 싸게 파느냐며, 혹시 나쁘니까 싼 것 아니냐며 의심하는 고객들이 가장 나쁜 고객들인 것 같다. 이것은 고객으로서의 매너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자기 취향에 맞지 않으면 사지 않으면 되지 영업까지 방해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객들이 있는가 하면 좋은 고객들이 더 많다. 샘플을 조금만 주어도 아주 감사하게 받는 고객들, 써보니 제품이 좋다고 하면서 좋은 제품 싸게 사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고객들, 수고한다고 음료수를 사다주는 고객들도 있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제품을 쇼핑백에다 담는 고객들, 힘들지 않느냐고 위로해 주는 아주 고마운 고객들도 많다. 이런 고객을 대할 때면 힘들었던 피로가 싹 가시고 판매하는 보람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며칠 판매 업무를 하면서 많은 것을 피부로 직접 경험했다. 장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하는 점, 사람을 상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했다. 그러면서 나도 마트나 가게에 들러서 물건을 구입할 때 물건을 파는 분들에게 예전보다는 더 부드럽고, 친절하게 대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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