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벼슬보다 더 높은 작은딸 생일날

행복한 까시 2007. 6. 14. 22:29
 

 어제는 작은 딸 생일날이었다. 생일을 맞이한 작은딸은 아침부터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것 같은 태세이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딸에게 강력한 펀치 한방을 먹었다.

  “ 아빠 내 생일인데, 생일 축하도 안해주고?”

하며 작은 눈으로 노려보고 있다. 자식이 뭔지 노려보는 눈도 귀엽기만 하다. 내눈에 콩깍지가 씌인게 분명하다. 아마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내가 단숨에 왕펀치를 날렸을 것이다.


 오늘따라 일찍 일어나더니 기분도 하늘 높이 올라간다. 평소 같으면 영어 공부좀 하라고 하면 얼굴을 찡그려가며, 반쯤 누운 자세로 겨우겨우 했는데, 오늘은 즐겁게 큰소리로 녹음테잎에서 나오는 영어를 따라 한다. 생일날이라는 것이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아침부터 언니에게는 미리 준비한 선물 안준다고 또 투정이다. 언니는 며칠 전부터 동생 생일에 선물 준비를 한다고 고민해 왔다. 그러더니 문방구에서 판매하는 문구 세트를 사온 것 같다. 아침부터 그 선물 안준다고 떼를 쓴다. 언니는 케이크 절단식을 하고 선물을 주는 것이라며 버티고 있다. 내 생각에는 빨리 선물을 줬으면 좋으련만 아이들 세계는 어른들이 생각과 많이 다른 것 같다. 사소한 것을 가지고 서로 버티기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나는 출근을 하였다. 출근을 하며 과거의 내 생일에 대한 추억이 머릿속을 맴돈다. 어렸을 때 생일날에는 나도 우리 작은 딸처럼 기분이 좋았다. 어머니는 생일 날이면 맛있는 반찬을 많이 해 주셨다. 특히 기억 나는 것은 김이 었다. 지금이야 김이 흔하디 흔한 반찬이지만 과거에는 귀한 반찬이었다. 들기름에 재어 구운 김은 입에 넣으면 들기름 향과 함께 입에 사르르 녹아 들었다. 지금도 김을 먹을 때면 그시절 김맛이 생각난다.


 또 한가지는 떡이었다. 어머니는 생일날에 꼭 떡을 해주셨다. 생일이 누나와 하루 처이로 붙어 있어 누나생일에 떡을 만들어서 내 새일 날까지 먹었다. 그리고 내 생일은 5월 초순경이기 때문에 소풍시즌과 비슷하게 맞았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어머니는 떡을 만들었다. 그 때 먹던 떡이름은 “마구설기”라는 떡인데, 떡이름처럼 백설기에 콩, 대추, 팥 등 집에 있는 잡곡을 마음대로 넣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같다. 지금도 가끔 고향집에 가서 어머니가 해주시는 떡을 먹는데, 떡을 먹을 때는 그때 추억도 함께 먹는다.


 내가 출근 한후 집사람은 떡집에 가서 백설기와 수수 경단을 만들어 왔을 것이다. 만들어온 떡을 차려 놓고 작은 딸이 건강하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리고, 이웃 사람들과 함께 맛있게 나누어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귀가할 시간에 맞춰 케이크를 사왔을 것이다. 저녁에 케이크 파티를 열 계획이었으나 아이들이 케이크를 보고 저녁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을 것이다. 아이들 성화에 못이길 것 같아 먼저 케이크 파티를 하라고 일러 두었다.  


 저녁에 퇴근하여 돌아와 보니 식탁위에 케이크와 수수 경단이 놓여 있다. 몇 개 집어 먹어 보니 맛이 있다. 케이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입에도 대지 않았다. 작은 딸은 나를 보자마자 선물 자랑하기 바쁘다.

 “ 아빠 나 선물 많이 받았다. 수영가방도 받구, 문구세트도 받구, 꽃화분도  

   받았어”

하며 기세등등하게 개선 장군처럼 자랑을 늘어 놓는다. 집사람이 이웃에 떡을 돌렸더니 이웃 사람들이 선물을 한 모양이다.


 이렇게 해서 작은 딸의 생일날 하루가 저물었다. 살아가면서 생일과 같은 행사가 있다는 것은 삶에 활력과 생기를 주는 것 같다. 매일 지루해 하던 일상에 포인트를 주는 느낌이다. 어쨌든 생일 날에 작은 딸이 즐겁게 지내는 것을 보니 내 마음도 덩달아서 줄겁다.


 조금전 글을 쓰는데 작은 딸이 와서 돈 천원만 달라고 떼를 쓴다. 안된다고 하였더니 그냥 휙 나가더니 다시 들어와 눈을 흘기며 울먹인다. 그 귀여운 모습에 눈이 멀어 천원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집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대지지 않으면서 오로지 딸아이 에게만 진다고 비아냥 거린다. 이렇게 아이들의 재롱과 투정을 보면서 오늘 하루도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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