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시골읍내 출퇴근길에 마주친 어르신 모습들

행복한 까시 2007. 8. 7. 14:40
 

 시골로 출퇴근하면서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읍내 거리에는 거의 어르신들만이 거리를 누비고 있다. 시장에 가도, 버스정류장에도, 거리에도 어르신들만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어르신들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수도권 도시에서는 젊은 사람들만이 눈에 보이는데, 지방 소도시로 갈수록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만 눈앞에 보인다. 처음에는 이런 풍경이 낯설었으나 이제는 자주 뵈니 낯익은 풍경이 되어 버렸다.


 출근을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면 어르신들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정류장에는 각 마을로 가는 농어촌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계신다. 그 중에 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젊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승용차로 움직이기 때문에 버스를 타지 않을 것이다.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들, 힘겹게 버스를 타기 위해 걸어오시는 할아버지, 양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오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면 내 가슴이 조마조마 하다. 어르신들은 다리와 허리가 아프셔서 정류장 근처에 자리를 깔고 앉아 계신다. 앉으셔서 어르신들끼리 담소를 나누고 계신다. 무슨 이야기들이 많으신지 이야기는 끝이 없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신다. 이렇게 이야기를 나무셔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농어촌 버스는 배차간격이 멀어 한 두 시간 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버스가 도착하면 아주 천천히 힘겹게 버스에 오르시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인다.


 또한 시장 모퉁이 노점에도 할머니들이 많이 계신다. 시골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가지고 오셔서 노점을 펼치시고 계신다. 복숭아, 자두, 포도 등 과일에서부터 호박잎, 호박, 오이, 가지, 양파, 고구마 줄기, 도라지, 파 등 각종 야채들, 콩, 보리쌀, 마늘 등 농산물도 다양하게 팔고 계신다. 더운 날씨에 팔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이렇게 고생하시면 하루에 얼마나 버실까? 그 할머니들이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끔 사람들이 지나가면 야채나 과일을 사달라고 호객행위를 하시기도 한다. 어떤 할머니에게 먹을 것이 생기면 할머니들끼리 나누어서 드신다. 아주 적은 양이라도 나누어 드시는 모습이 정겹다. 그런데 그 정겨운 모습이 나에게는 도리어 슬픔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길가에서 먹을 것을 드시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얼굴과 피부는 검게 그을리고, 허리가 굽어지고, 얼굴에는 주름살이 가득하고, 머리는 어느덧 흰머리 숫자가 검은머리 숫자보다 더 많아졌다. 이런 모습을 만든 장본인은 바로 우리들이다. 우리들을 키워내기 위해 어르신들은 이런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일부 젊은이들은 어르신들을 싫어한다. 부양하는 것을 거부하고, 부모님의 일을 나몰라 하는 경향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 젊은 사람들도 세월이 조금만 흐르면 금방 저 어르신처럼 될 텐데 말이다.


 어르신들을 보면서 나는 양쪽 부모님에게 소홀한 점이 없었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찾아뵈었는가? 전화는 자주 드렸는가? 부모님께 즐거움은 드렸는가? 내 걱정을 많이 하게 해드리지는 않았나 반성해 본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늘 아쉬움만이 남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