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야기

휴일날 집안일을 해보니 아내의 마음을 알 것 같다.

행복한 까시 2009. 11. 16. 15:40

 

 느지막하게 눈을 떴다. 휴일이란 건 늦잠을 자도 되기 때문에 행복한 것 같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거나 학교에 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잠을 충분히 잤는데도 이불속에서 몸이 빠져 나오려 들지 않는다. 시계는 벌써 아홉시를 훨씬 넘은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간신히 일어나서 딸들 방으로 가니 아이들은 아직도 곤히 자고 있다. 일요일이라 늦잠을 자겠다고 어제 저녁부터 광고를 하더니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딸들도 아침 시간에 자유를 누리고 싶은 것이다. 평일에 매일 일찍 일어난다는 것이 힘들었나 보다.


 아내는 아침 준비를 하고 있다. 벌써 아침 먹을 준비를 다해 놓고 가족들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딸들이 일어나지 않아 아침을 먹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깨웠다. 눈을 감은 상태로 가까스로 일어난다. 세수를 하라고 소리치니 겨우 욕실로 향한다. 아침을 먹고 나서 집안일 좀 했다. 몇 주간 주말에 집에 없었더니 할일이 많이 쌓여 있다.


 베란다에 가 보니 화초들이 말라가고 있다. 군자란은 끝이 타들어가고 있다. 군자란에 물을 준 것이 아득하기만 하다. 갑자기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우리들은 조금만 목말라도 아우성인데, 얼마나 목말랐을까? 나의 게으름 때문에 화초들에게 고통을 준 것이다. 물뿌리개로 물을 뿌려준다. 물이 군자란 잎을 적시며 쌓였던 먼지도 씻겨 내려간다. 물을 흠뻑 주었다. 물을 주고 나니 금세 잎에 생기가 돈다. 내 마음도 덩달아 상쾌해 진다.


 다음은 앞 베란다 정리를 하였다. 나중에 집에 설치하려고 얻어 놓은 보일러도 비닐에 싸서 정리를 하였다. 이사 오면서 앞 베란다에 방치해 놓았던 상과 커다란 액자 사진도 안방구석에 가지런히 정리하였다. 아이들 옷도 아내와 함께 정리함에 넣어 정리를 하였다. 사실 옷 정리는 아내가 다하고 나는 옆에서 정리함만 날라다 주었다.


 잠깐 틈이 나서 회사에서 가져온 일을 하였다. 금요일 저녁 일찍 퇴근하느라 마치지 못한 일을 정리하였다. 조금 앉아서 일을 하니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 벌써 점심때가 된 것이다. 아침을 늦게 먹으니 점심때가 바로 오는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선풍기를 닦았다. 여름내 쌓인 먼지가 잔뜩 묻어 있다. 다 분해하여 샤워기로 먼지를 털어 내었다. 그리고 물을 털어 앞 베란다에 갖다 놓았다. 다 마르면 조립해서 창고에 보관해야 한다. 집안 구석구석을 보니 분리수거 쓰레기가 잔뜩 있다. 폐지, 플라스틱, 비닐, 병 등 그동안 모인 것이 제법 많이 있다. 하나하나 분리해서 갖다 버렸다. 마지막으로 진공청소기로 집안 구석구석을 밀고 나니 집안이 좀 정리된 느낌이다.


 집안 청소를 하고 나서, 나의 몸 청소도 하였다. 몸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 돌아보면 할 일이 무척 많다. 단지 안하는 것뿐이지 하려고 마음먹으면 구석구석이 일거리이다. 또한 집안일은 아무리 해도 크게 표시가 나지 않는다. 거의 하루 종일 일을 하였지만 돌아보면 크게 한 일도 없다.


 회사일도 힘들지만 집안일도 힘들고 많다. 단지 회사일은 강제성과 타율성이 있는 반면에 집안일은 자율성과 자발성이 있을 뿐이다. 집안일은 해도 표시도 잘 나지 않고, 해야 할일도 많다. 더구나 아이들이 어리면 더욱 할일이 많다. 아내는 지금도 아이들 목욕시킨다고 욕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조금 있으면 또 저녁 준비를 해야 한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집안일로 아내는 쉴 시간이 없다. 매일 집안 일로 고생하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잘 도와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