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것을 취미로 시작한 블로그가 요즘은 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글을 써 왔다. 거의 일주일에 한 두 편씩은 쓴 것 같다. 시간이 좀 나면 두 편, 시간이 없으면 한 편, 너무 바쁜 주에는 건너뛰기도 했다. 요즘은 여유가 있어 글을 많이 쓰는 편이다. 예전에 썼던 글도 다시 보완해서 올리기도 하고, 틈틈이 글을 쓰기도 한다.
사실 직장을 다니면서 블로그를 꾸준히 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블로그 하는데 시간이 수월찮이 소모된다. 회사의 업무를 하다가 보면 몸과 마음이 지쳐 글을 쓰기가 힘들다. 집에서 어쩌다가 시간이 나더라도 가족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해야 하고, 아내와 대화도 해야 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으면 아이들은 볼멘소리로 이렇게 말을 한다.
“아빠는 맨 날 맨 날 컴퓨터만 해. 아빠 또 컴퓨터 하려고?”
“아까도 하고 또 컴퓨터 해.”
“엄마, 아빠 또 컴퓨터 해.”
아내도 또 한마디 한다.
“아주 컴퓨터 하고 같이 살아요. 컴퓨터가 자기 애인이지?”
“자기 컴퓨터 발명 안했으면 어쩔 뻔 했어”
하면서 불만을 늘어놓는다. 사실 아내의 말도 일리가 있다. 회사일로 매일 늦게 들어오고, 어쩌다 시간만 나면 늘 컴퓨터에 붙어 있으니, 내가 아내라도 화가 날 것이다.
그러나 나도 할말은 있다. 나는 술도 잘 못한다. 그러다 보니 술집에 가는 일도 별로 없다. 업무상 드나들긴 하지만 그냥 분위기 깨기 싫어서 가는 것이지 즐기러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술자리는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아니고, 스트레스를 더 쌓아가지고 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운동도 잘 못한다, 운동을 잘 못하니 운동도 하기가 싫다. 그렇다보니 나름대로 스트레스나 삶의 배출구가 없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과거에는 책을 많이 읽었다.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다양한 체험과 간접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내 삶의 반성도하고, 내가 힘들어하는 것들이 별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풀렸다.
요즘은 살아가면서 겪는 힘든 일들을 배출하는 곳이 블로그이다. 힘든 일이 있거나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블로그에 토해낸다. 그러면 마음이 좀 후련하다. 또 블로그에 교류하는 좋은 분들이 힘도 주고 격려도 해 준다. 그러면서 마음의 위안도 받고, 같이 즐거워하기도 한다. 주로 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취미 생활이 블로그인 것이다. 다른 취미 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블로그 하는 것을 마음속으로 합리화시키며 살아가고 있다.
블로그에서는 실명이나 사진을 밝히기가 싫다. 나를 아는 사람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글이 잘 써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의식하다가 보면 마음속 깊은 곳의 진실한 마음이 솔직히 글로 옮겨지기가 힘들다. 그래서 익명으로 편안하게 글을 쓰고 싶은 것이다. 지금도 내 주위에 몇몇 사람들이 내 블로그를 알고 있다. 순간의 실수로 알려 줬는데, 괜히 알려 준 것 같다. 지인들이 내 블로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꼭 아무 옷도 걸치지 않은 채로 도로에 나와 있는 느낌이다. 그 후로는 아는 사람에게는 절대 내 블로그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냥 편안하게 내 마음을 정리하고, 삶을 성찰하는 도구로 만족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 이대로가 좋은 것이다. 괴로우면 괴로운 대로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편안하게 쓰고 싶은 것이다.
처음에는 아주 가끔 글을 올렸지만 글을 올리는 빈도가 높아지고, 블로그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아내의 은근한 압력이 들어온다. 컴퓨터에 앉아 있는 나를 향해 한마디를 날린다.
“당신 컴퓨터하고 결혼을 한거야?”
“컴퓨터가 당신 애인이지?”
이 말을 듣고 나서 내가 블로그에 너무 심취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내 성격 탓도 있다. 나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집에 오면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한다. 이것을 하지 않는 시간은 잠으로 피로를 푼다. 이렇게 하다가 보니 아내는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하고 싶은데 대화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아내는 내가 컴퓨터에 앉아 있으면 조용히 불러낸다. 컴퓨터에 않아 있는 내가 미움 것이다. 이것 좀 도와 달라고 부드럽게 부른다. 과격하게 소리치는 것보다 더 무섭다.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고 나서 컴퓨터에 앉으면 또 부탁을 한다. 이런 식으로 아내는 블로그질 하는 나에게 은근한 압력을 행사해 온 것이다. 이것도 부족하면 아이들과 합세를 해서 한마디를 한다.
“얘들아 너희 아빠는 컴퓨터 밖에 모른다.”
“맞아. 아빠는 맨 날 맨 날 컴퓨터만 하구.”
이렇게 하면서 아내는 블로그 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 뿐만이 아이다. 이렇게 방해하는 것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휴대폰에 내 닉네임을 '블로그맨'이라고 저장해 놓은 적도 있었다.
이런 아내의 전세를 약화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아내가 좋아하는 딸들 이야기를 자주 올리는 것이다. 아내는 딸들 이야기를 즐겨 읽는다. 댓글까지 꼼꼼하게 읽으며 즐거워한다. 그리고 덤으로 아내 이야기도 종종 쓰고 있다. 이것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는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내가 블로그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아내에게 블로그를 해 보라고 은근슬쩍 말을 건넸다.
“블로그 해봐. 얼마나 재미있는데.”
“블로그 하면 정보도 많이 얻고, 좋은 블로그 친구들도 사귈 수 있어”
이러면 아내는 귀찮아서 못한다고 핑계를 대었다. 사실 머리 좋은 아내가 나의 계책을 미리 알아채고 거절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몇 번 시도 하다가 나도 지쳐서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갑자기 아내가 컴퓨터에 앉아 나를 불렀다.
“나 블로그 하나만 만들어 줘요. 글좀 쓰게.”
“그런데 창피해서 어떻게 쓰지. 당신은 잘 쓰는데 좀 쑥스럽네.”
컴퓨터 앞에 앉아 블로그를 개설하면서 말했다.
“처음에는 다 그래. 나도 처음에는 글 못썼어. 자꾸 쓰니까 실력이 느는 것 같아.”
“나도 처음에 쓴 글들은 창피해서 비공개로 해 놓았어. 남에게 공개하기가 쑥스러워서.”
이렇게 해서 아내의 블로그가 생겼다. 아내도 생각에 대한 배출구가 필요할 것이다. 글을 잘 쓰고 못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부터는 마음 놓고 블로그를 해도 아내가 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아내도 블로그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나 혼자만의 착각일지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아직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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