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야기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부부가 사는 방법

행복한 까시 2009. 10. 21. 07:07

 

  사람의 성격이란 같이 살아보지 않으면 파악하기가  힘들다. 사람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한 지붕 아래서 같이 살든가 아니면 같이 일을 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것도 아니면 같이 고스톱이나 포커 게임을 해 보면 쉽게 파악할 수가 있다. 게임을 하다가 보면 쉽게 성격이 들어난다. 그 사람이 좀스러운지, 아니면 통이 큰지, 승부욕이 강한지, 계산이 깔끔한 사람인지 대충 한눈에 파악이 된다.


  불쑥 성격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아내와의 성격차이가 커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꺼낸 것이다. 성격차이가 크다 못해 거의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다. 결혼 전에는 이 사실을 몰랐다. 아내와 나의 성격 차이가 이렇게 큰지 몰랐다. 결혼 한지 14년이 다되어 가는데 아직도 성격이 다른 점을 발견하고는 새삼 놀라는 일이 많아졌다. 어쩌면 성격이 이렇게 정반대로 만났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이러니 이다.


  제일 먼저 다른 점은 일하는 순서 차이이다. 나는 일이 생기면 미루다가 마지막에 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리고 일을 할 때에는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편이다. 집안일을 예를 들자면 청소, 세탁, 설거지가 있다고 하면 안하고 내버려 두다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청소한 다음 설거지하고, 세탁하는 순으로 일을 처리한다. 반면에 아내는 설거지 거리가 나오면 나오는 대로 설거지를 해야 하고, 집안이 지저분하면 바로 즉시 청소를 해야 하는 성격이다. 그러다보니 별로 쉬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집안일에만 매달려서 지내고 있다. 결혼 생활을 하다가 보니 서로에게 적응되어 아내는 집안일 하는 것이 좀 느긋해지고, 나는 좀 빨라진 것 같다. 빨간색 물이 담긴 그릇과 노란색물이 담긴 물을 섞으면 주황색이 나오듯 서로가 조금씩 변해서 중간 정도가 되어버렸다.


  두 번째로 다른 점은 반듯함과 삐뚤어짐이다. 나는 빨래를 널 때도 아무렇게나 너는 편이다. 반면에 아내는 줄을 맞춰서 널어야 하며 설거지를 하더라도 그릇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나는 빨래만 잘 마르면  된다는 식이고, 아내는 가지런히 널어야 나중에 빨래를 개기가 편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세탁물도 세탁바구니에 정확하게 담겨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반듯해야 만족하는 아내이다. 반면에 나는 자유분방한 편이다. 빨래도 아무데나 벗어 놓고, 화장실의 불 끄는 것도 잊어버리는 등 집에 오면 나사 빠진 사람처럼 행동하며 삐뚤어짐만 있지 반듯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세 번째로 다른 점은 성격의 완급이다. 나는 성격이 느긋한 편이다. 반면에 아내는 성격이 급한 편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숙제를 내주었다고 하면 아내는 숙제부터 하고 노는 타입이고, 나 같은 경우는 먼저 놀고 나중에 숙제를 하는 타입이다. 그리고 아내가 집안일을 부탁했을 때 빨리 해주지 않으면 아내가 참거나 기다리지 못하고 해버리는 그런 성격이다. 이 부분은 많이 부딪히고 살았다. 요즘도 이런 일 때문에 종종 분쟁이 일어난다.

 

  네 번째로 먹는 취향 또한 정반대이다. 나는 채식을 좋아한다. 그래서 야채, 과일, 나물 등을 좋아한다. 아내는 육식을 좋아한다. 고기, 햄, 튀김류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신혼 초에는 아내가 나 때문에 고기도 못 먹는다고 불평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건강 때문에 아내도 채식주의자로 바뀌어 가고 있다.

 

  다섯 번째로 나는 도구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과일을 먹을 때에도 손에 포크가 들려 있으면 포크로 먹고, 젓가락이 들려 있으면 젓가락으로 먹는다. 심지어는 손에 칼이 들려 있으면 칼로 과일을 찍어 먹는다. 커피를 탈 때에도 티스푼이 없으면 젓가락이나 큰 수저로 그냥 젓는다. 커피잔이 없으면 유리컵이나 밥공기에 타먹는다. 그런데 아내는 도구를 정확히 사용한다. 과일은 포크를 이용해서 먹어야 하고, 커피는 티스푼으로 타서 마시고, 반드시 커피잔이 있어야만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다.

 

 여섯 번째로 다른 점은 상냥함과 무뚝뚝함이다. 나는 무뚝뚝한 편이다. 아내는 나에 비해서 무척 상냥한 편이다. 사랑한다는 표현이 인색한 나에게 항시 불만이다. 그리고 웬만한 불만이나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아서 아내는 이런 것이 불만이라고 한다.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을 잘 알면서도 실행하기가 쉽지는 않다.

 

  모든 부부가 이렇게 성격이 다른 경우가 많을 것이다. 어떤 집은 나와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오랫동안 같이 살다가 보니 서로에게 동화되고 있는 아내와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부부는 닮는다고 하는 것 같다. 이렇게 서로 다른데도 불구하고 심하게 부딪히는 일이 작은 것을 보면 서로가 요령껏 잘 피해 나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격이 다르다면 다른 대로 인정하고, 서로 조금씩 고쳐나간다면 무리 없는 결혼 생활을 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결혼 생활은 서로가 조금씩 맞추고 닮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