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야기

아내의 가출 선언에 온가족이 긴장하다.

행복한 까시 2010. 10. 24. 13:26

 

 아내에게도 자유가 필요하다.

아내도 가끔은 가족에게 해방되어 새처럼 멀리 훨훨 날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아내의 가출 발단은 나에게 있었다. 저번주에 가족들을 남겨두고 친구 모임에 다녀왔다. 그것을 보더니 아내도 1박2일 아무데나 다녀 오고 싶다고 했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보내 달라고 한다. 그동안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모양이다.

 

 드라마에도 아내의 가출이 가끔 등장한다.

예전에 방영한 '엄마가 뿔났다'에서도 그랬고, 지금 방영되고 있는 '결혼해주세요'란 드라마에서도 아내가 집을 나와서 혼자 살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를 보기 전 까지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내와 엄마는 늘 집에서 가족을 챙겨야 하는 존재로만 알았다. 당연히 집에 있는 존재로만 알았던 것이다.

 

 드라마를 보면서 아내의 존재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아내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늘 혼자 집에 있기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생각했던 우리가 잘못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늘 가족들 그늘에 가려 존재감도 들어내지 않고 집안일에 매달린 것이다. 해도 해도 표시나지 않은 집안일에 아내도 지칠 수가 있는 것이다.

 

 어제 아내는 잠시 집을 비운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출이 아니라 혼자 외출을 한다고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이야기가 떨어지자 마자 아이들이 반대를 하고 나섰다. 아내가 없는 자리가 두려운 것이다. 밥을 어떻게 해먹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엄마가 모든 것을 챙겨 주었는데, 막상 엄마가 집을 비운다고 하니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다. 두 딸들은 안된다고 매달렸다.

 

 나 역시도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아이들도 먹을 것도 챙겨야 하고, 집안일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살림살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아내가 없으면 불편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집안일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통 알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걱정은 혼자 다니다가 봉변이나 안 당할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두 딸들이 아내의 외출을 저지하고 나섰다.

큰 딸은 나가 놀지도 않고 엄마를 지키고 있다. 작은 딸도 걱정스러운 눈 빛으로 엄마를 지키고 있다. 마치 어린애가 엄마 어디 갈까봐 노심초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시간 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되었다.

 

 드디어 아내가 포기를 선언했다.

아이들 때문에 포기를 한 것이다. 아이들이 나가 놀지도 못하고 있으니 아내 마음이 약해진 것이다. 아내가 나가지 않겠다고 하니 아이들 얼굴이 금세 밝아진다. 한참 후에 안심이 되는지 두 딸들은 밖에 나가서 신나게 놀고았다.

 

 아내에게도 가끔 휴식이 필요한 것 같다.

혼자 여행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겠다. 혼자 생각하고 사색할 시간을 주어야 할 것 같다. 가정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아내가 가는 여행길에 안전함만 허락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