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야기

아내는 백만원짜리 과외 선생님

행복한 까시 2010. 11. 25. 07:30

 

 퇴근 해서 집에 도착하면 아내와 작은 딸은 거실에 앉아 있다. 

둘이 다정하게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하다가 내가 들어가면 둘이 동시에 나를 쳐다본다. 요즘 하는 공부는 영어 공부이다. 작은딸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려고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보았다. 과외 선생님도 불러서 시켜보고, 학교 방과후 학습도 시켜 보았지만 영어 능력이 향상되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 아내가 새로 시도한 방법은 옆에 끼고 앉아서 영어를 읽히는 것이다. 무작정 영어를 읽게 하고, 틀린 것이 있으면 아내가 교정을 해 주는 방식이다.

 

 아이의 공부를 시키다 보면 속이 터질 때가 많다.

아내는 소리도 쳤다가 칭찬도 했다가 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시킨다. 작은 딸도 눈물을 글썽였다가 웃었다가 엄마의 기분에 맞춰 얼굴이 바뀐다. 아이를 가르친다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나도 가끔 숙제를 도와 주다가 나도 모르게 작은 딸에게 야단을 친다. 그러면 아내는 눈을 흘긴다.

 

 "아휴, 그것 가지고 뭘그래요. 난 더힘들고, 답답하단 말이에요."

 

 나도 한마디 한다.

 

 "숙제를 도와 주면 할 생각을 안해. 스스로 하려고 해야지, 의존만하면 안돼잖아."

 

 난 아이들 숙제 해주는 것을 싫어한다. 숙제를 도와 주려고 하면 의존심이 생긴다. 아이들이 의존심이 생기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그래서 숙제든 공부든 스스로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작은딸은 공부하는 것을 싫어 한다.

공부를 차분하게 앉아서 하면 되는데, 그 과정이 싫은 것이다. 공부를 하려는 의욕이 적기 때문에 힘든 것이다. 숙제를 도와 주려고 해도 하기가 싫으니 의존 만하는 것이다. 그러니 작은 딸을 끼고 앉아서 공부를 시키는 아내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마치 이리저리 마구 날뛰는 망아지를 길들이는 마음으로 아내는 작은딸을 붙잡고 공부를 시키는 것이다.

 

 수학공부는 문제풀이를 시킨다.

학원 선생님이 문제를 풀게하고 체크하는 것처럼 공부를 시킨다. 아내가 문제를 풀라고 숙제를 내준다. 작은 딸은 문제를 풀면서 몸이 뒤틀린다. 공부하는 지루함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틈만 보이면 시간을 허비하느라 바쁘다. 문제를 다 풀고 나면 아내는 채점을 하고 틀린 문제를 가르쳐 준다. 아주 상세히 가르쳐 준다.  

 

 잠자기 전에는 책을 읽힌다.

하루에 몇 권씩 읽으라고 정해 놓는다. 가끔 책읽기도 공부하기도 싫어 꾀를 부린다. 어떤 날은 그냥 넘어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야단도 맞는다. 어떤날은 엄마와 공부하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매일 엄마와 함께 공부한다. 공부를 하다가 보면 행복한 날도 있고, 짜증나는 날도 있는 모양이다.

 

 아내의 노력 덕분에 작은 딸은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

영어 실력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중간 고사 시험에서도 몇개 틀리지 않았다. 아마 그냥 놔두었더라면 우수수 틀렸을 것이다. 작은딸 공부시키면서도 큰딸도 관리를 하고 있다. 두명의 딸을 공부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붙잡고 공부를 시킨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힘든 것이다. 이런 일을 아내는 매일 하고 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백만원짜리 괴외 선생님이다.

아니 천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돈으로 환산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괴외선생님이 이렇게 성심 성의껏 가르치겠는가? 그리고 누가 아이의 수준과 공부 스타일을 을 정확히 파악하여 가르치겠는가? 이런면에서 아내는 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괴외 선생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