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이야기

회사를 떠나는 후배의 뒷모습에 눈물이 났다.

행복한 까시 2012. 6. 14. 07:05

 

 

 퇴근할 무렵 옆 부서에서 일하던 후배가 퇴직인사를 하러왔다.

커피한잔을 건네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후배는 마음씨가 참 좋았다. 회사생활에서 마음씨 좋다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되는 것 같았다. 마음이 순수하고 고지식했기 때문에 회사나 윗사람이 원하는 방향을 빨리 알아차려서 일을 잘 하지 못했다. 그 점이 부족해서 틈만 나면 불러다가 여러 번 이야기를 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했다. 아니 알아듣지 못하는 것인지, 알아듣고도 실행을 하지 못하는지 파악이 안 된다.


 그 후배는 승진도 느렸다.

승진이 발표되는 시기가 되면 늘 안타까웠다. 회사에서는 늘 승진에 누락시켰다. 객관적으로 보아도 승진이 어려운 사람이었다.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은 벌써 부서장이 되었는데, 그 후배는 계속 팀원으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한 부서에 오래 있지 못하고 여러 부서로 돌아 다녔다. 이 부서 저 부서로 옮겨 다니다가 최근에 회사를 떠나게 된 것이다.      


 최근 들어 언론에서 보도했듯이 경기가 좋지 않았다.

경기 때문에 회사의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회사에서 존재감이 없는 사람들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사를 시키게 되었다. 회사의 상황이 좋았다면 그냥 오래 같이 근무할 수도 있었다. 단지 회사의 상황이 나빠졌기 때문에 그 후배가 퇴사하게 된 것이다. 물론 냉정히 따지면 후배의 책임도 있는 것이다. 회사의 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것은 직원 모두의 책임이니 말이다. 이런 경우 존재감이 없는 직원부터 퇴사하게 되는 것이다.


 사직서를 내고 회사를 떠나면 누구나 쓸쓸해진다.

누가 배웅을 해 주면 그나마 위로가 된다. 자발적으로 퇴사를 해도 쓸쓸한데 타의에 의해 밀려 나가는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아주 오래전 첫 직장을 퇴사 할 때 생각이 난다. 근무 마지막 날 부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떠나는데 발걸음이 쓸쓸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옆자리에 일하던 선배가 정문까지 배웅을 해 주었다. 아직도 그 고마움은 잊을 수가 없다. 퇴사 할 때 배웅해 준 사람은 오래도록 기억이 남는다.


 후배가 회사문을 나서는데 같은 부서 사람들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정문까지 나가서 배웅을 해주었다. 그 후배의 뒷모습이 너무도 쓸쓸했다. 이 회사에서 나보다 먼저 들어와 10년 넘게 일을 했는데 정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 뒷모습이 쓸쓸해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그 후배도 눈물을 간신히 참는 것 같았다. 후배를 보내고 눈물을 흘렸다. 같은 직원의 입장에서 눈물을 흘린 것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회사를 나가는 것이다. 다 같이 잘못했는데, 그 후배가 대신 고통의 짐을 진 것이다.


 그 후배는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닌다.

한창 돈이 많이 들어갈 시기이다. 다른 곳에 취직할 수 있는지 걱정이 된다. 취직을 한다고 해도 그곳에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그 후배가 빨리 직장을 잡아서 환한 얼굴로 전화 한통 넣어줬으면 하고 바래본다. 그러면 내 마음이 한결 더 가벼워질 것 같다. 그리고 고통스러운 마음에서 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