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딸이 직장을 잡았다.
올해 초 졸업을 하고, 여기저기 회사를 지원했다. 지원을 많이 했지만, 서류 전형도 통과하지 못했다. 취업이 힘들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서류 전형도 통과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취업의 벽이 높은 것을 실감했다. 아이가 힘들고, 실망할까 봐 취업은 천천히 해도 된다고 시간 날 때마다 일러두었다.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작은딸은 조바심이 났을 것이다. 취업이 되지 않자 작은딸은 아르바이트하겠다고 선언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
아르바이트하려고 하는데 며칠 전에 지원한 회사에서 면접 연락이 왔다.
작은딸의 첫 면접이었다. 회사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다. 옷도 준비하고, 면접도 준비했다. 회사에서 면접관으로 오랜 경험이 있어 작은딸에게 조언을 해 주었다. 자신 있게 말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팁을 말해 주었다. 팁을 알려주어도 면접이 회사마다 다르고, 같은 회사 내에서도 면접관의 성향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면접이 어려운 것이다. 작은딸이 면접 보러 가는데, 가족 모두가 노심초사했다. 작은딸보다 내가 더 긴장하는 것 같았다.
드디어 면접을 보았다.
다행히 면접은 많이 떨지 않고 무난하게 보았다고 했다. 딸에게 장하다고 칭찬을 해 주었다. 면접을 보고 와서도 붙으리라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냥 붙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있었다. 그런데 최종 합격 통보가 왔다. 월요일에 통보를 받았는데, 다음 주부터 출근이란다. 부랴부랴 방을 구하고, 건강 검진, 서류 구비 등 출근 준비를 했다. 면접을 보고 나서 입사하는 일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막상 합격하고 나니 아내와 나는 더 걱정되었다.
작은딸을 멀리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물론 대학 다닐 때 떨어져 지낸 긴 했다. 그래도 그때는 집으로 돌아온다는 기대가 있었다. 이제는 작은딸이 집을 떠난다고 하니 허전한 마음이 든다. 작은딸이 자라서 둥지를 떠난다고 하니 무엇인가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든다. 이것이 부모 마음인가 보다. 우리 부모님도 내가 집을 떠날 때 이런 감정이 들었을 것이다.
작은딸도 내심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처음으로 직장을 잡고 일을 시작하는데, 걱정될 것이다. 과연 잘 해낼 수 있는지, 새로운 회사와 환경, 업무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내야 할 일이다. 출근일이 다가올수록 더 걱정되는 모양이다. 드디어 첫 출근을 했다. 첫 주는 목소리가 밝지 않았다. 아마도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둘째 주가 지나고 나니 목소리가 밝아졌다. 아마도 일이 할 만한가 보다.
이제야 작은딸 취업에 한시름 놓았다.
낯선 곳의 환경도 조금 적응한 것 같고, 회사도 서서히 적응 중인 것 같다. 막둥이라 그런지 몰라도 큰딸보다 걱정이 된다. 잘 해낼 수 있는지,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온 가족이 걱정했다. 그래도 무난하게 적응하는 딸이 대견하다고 생각을 해 본다.
작은딸이 취업하니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무거웠는데, 이제는 좀 가벼워진 느낌이다. 크게 할 일이 없어진 것 같은 공허함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내가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이 모두 취업을 해 버리고 나니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더 실감이 되었다. 아이들이 학창시절에는 젊다고 생각하고, 가장으로 책임감도 크게 느끼고 있었다. 아직도 활발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우리의 자리를 물려 주고 뒤에서 도와주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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