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어느 봄날의 하루

행복한 까시 2024. 3. 24. 20:31

휴일 아침 느지막하게 눈을 떴다.

날씨가 포근하다. 기상청 예보에서는 오늘 20도가 넘는다고 했다. 아침을 먹고 나니 커피가 고팠다. 집에 있는 커피보다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휴일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나의 유일한 사치이다. 카페에서 마시는 아이스 라떼의 맛은 언제나 나를 유혹한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커피를 마시러 무작정 길을 나섰다. 거닐다가 가장 먼저 오픈한 카페에서 라떼를 마시기로 작정을 했다. 산책 겸 먼 곳에 있는 카페가 열려 있기를 기대했는데, 하필이면 오늘따라 집에서 제일 가까운 카페가 문을 열었다.

 

주인은 문을 열고 청소 중이었다.

매장 밖 도로 주변도 열심히 청소하고 있었다. 주문되느냐고 물으니 가능하다고 했다. 아이스 라떼 한잔을 주문했다. 테이블 옆에는 책이 있었다. 책을 펼치고 조금 읽으니 금세 커피가 나왔다. 커피를 한 모금 넘기니 살 것 같다. 아침에 있던 두통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셨다. 커피를 마시고 나니 머리가 개운해졌다. 커피 중독 때문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머리가 아픈 것인지, 아니면 기분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머리가 아프다. 신기하게도 커피를 마시면 두통이 사라진다. 두통이 사라지니 기분이 좋아졌다. 주인장에게 커피 잘 마셨다고 인사를 건네고, 카페를 나섰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사찰을 찾았다.

열성적인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예전에 힘든 일이 있을 때 절을 종종 찾곤 했다. 다른 종교에 비해 불교는 오는 사람 잡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아서 마음이 편하다. 내가 종교를 갖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규칙적으로 종교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잘하지 못해서이다. 그리고 그런 속박들이 싫어서 종교를 갖지 못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는 몰라도 그런 점에서 불교는 좀 자유로운 것 같다.

 

사찰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사찰 대부분이 산속에 있어 사람들의 기분을 전환해 준다. 맑은 공기와 좋은 경치를 보기 때문에 절에 가는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절에 들러 적은 금액의 시주를 올렸다. 과거 내가 힘들 때 많이 의지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엇을 바란다기보다는 감사한 마음으로 시주를 했다. 산에도 봄이 왔다. 나무들은 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맑은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한층 좋아진다..

 

오후에는 봄 마중하러 갔다.

날씨가 더웠다. 옷을 얇게 입었는데도 더웠다. 여름 같은 날씨이다. 들판에는 새싹들이 앞다투어 자라나고 있다. 서로 경쟁하듯 자라고 있다.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니 행복한 기분이 든다.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봄볕 하나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산책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머리가 좀 정리되는 것 같다.

 

봄날의 행복이 이런 것이다.

맛있는 커피 한잔, 사찰 고즈넉한 사찰 구경, 동네를 산책하며 느끼는 행복한 감정 들인 것 같다. 이런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것에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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