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결혼기념일 날에

행복한 까시 2023. 10. 22. 20:24

 지난주에 결혼기념일이 있었다.

결혼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7년이 지나가 버렸다. 그 시절 사진 속의 나는 앳된 모습에 신선한 젊음이 있었다. 이제는 거울에 비추어 보니 얼굴에 주름이 조금씩 생겨나고, 머리는 희끗희끗해 지고 있다. 아내도 마찬가지이다. 노화가 얼굴, 머리, 신체 전체에 조금씩 퍼져가고 있다. 외모는 나이가 들어 젊을 때보다는 볼품없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유와 성숙해진 진 것 같아 그다지 서운하지 않다.

 

 결혼기념일에 아내에게 무엇을 해 줄까 고민을 했다.

매년 달랐던 것 같다. 그냥 지나간 적도 있고, 케이크를 먹으며 자축한 때도 있었고, 맛있는 음식으로 외식을 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회사의 동료들에게 물어보았다. 결혼기념일에 무엇을 하느냐고 말이다. 그랬더니 다를 그저 그렇게 보낸다고 했다. 우리 세대는 결혼기념일을 요란하게 보내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사람마다 결혼기념일을 보내는 방식이 다를 것이다.

 

 이번에는 특별히 꽃을 준비하기로 했다.

아내는 꽃을 좋아한다. 특히 주황색이 들어간 꽃을 좋아한다. 꽃다발은 가끔 준 적이 있지만, 꽃바구니는 한 번도 준 적이 없다. 그동안 꽃값도 부담스러워 아주 가끔 꽃 선물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큰맘 먹고 꽃바구니로 준비하기로 했다. 꽃가게에 전화를 걸어 꽃바구니를 주문했다. 꽃바구니를 예쁘게 해달라고 며칠 전에 주문했다. 촉박하게 주문하면 예쁜 꽃바구니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결혼기념일 날 퇴근하면서 꽃집에 들렀다.

꽃바구니가 예쁘게 단장하고 나를 기다렸다. 마음에 들었다. 꽃집 사장님께 카드를 얻어 메시지를 적었다. 지난번에 생일 때 꽃다발에 메시지를 쓰지 않았다고 딸들에게 잔소리를 들어 이번에는 잊지 않고 메시지를 적었다.

 

‘27년간 함께 살아줘서 고마워.

사랑해!’

20231020

-남편-

 

 빵집에도 들렀다.

케이크를 사기 위해서다. 생크림 케이크를 골랐다. 아내가 생크림 케이크를 좋아한다. 다행히도 예쁜 케이크가 있었다. 케이크와 꽃바구니를 양손에 들고 퇴근을 했다. 아내가 좋아할까 생각하며 집으로 들어갔다. 아내가 활짝 웃는다. 꽃을 보자 너무 좋아했다. 아내가 너무 좋아하니 오히려 내가 더 머쓱해졌다.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아내와 함께 손뼉을 쳤다.

27년을 함께 살아온 것을 자축했다. 아내는 카드에 적은 메시지를 보고 또 한 번 감동했다. 아내가 꽃을 보고 좋아해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행복이란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작고 소소한 것들이 행복을 가져다준다. 결혼기념일을 그런 날인 것 같다. 함께 살아줘서 고마워해야 하는 날인 것이다. 그동안 힘든 일도 함께 겪어 왔으니 서로에게 대견하다고 위로하고 자축하는 날인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잘 살아가자고 다짐하는 날이기도 하다. 이렇게 결혼기념일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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