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부부 10년
직장 때문에 주말부부 생활을 시작했다.
일에 파묻혀 살다 보니 어느덧 10년이란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시간은 항상 지나가 보아야 빠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수도권에 올라온 지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우리를 먼 미래로 데려다 놓았다.
처음에는 집을 떠난다는 두려움도 약간 있었다. 새로운 직장, 새로운 지역, 낯선 환경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게다가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부담감, 삼시 세끼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 혼자 살아도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머리를 짓눌렀다. 이제 10년이 지나고 보니 그때 걱정했던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편안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 철학자의 표현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 살림꾼이 된 10년
주말 부부 생활을 하다가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살림꾼이 다 되었다.
집안의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 누군가에게 미룰 수도 있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그대로 있다. 가장 기본적인 끼니 해결, 의류 세탁, 집 안 청소 등 집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혼자 살거나 여럿이 살거나 모두 해야 할 일이다. 단지 혼자 살 때는 일의 양이 조금 적은 것뿐이다. 주부의 일이 많다는 것은 막연히 알고 있었지만 직접 해 보니 집안일이 많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주말 부부 생활을 하면서 아내의 집안일에 감사함과 수고로움을 더 절실히 깨달았다.
# 끼니 해결
아침과 저녁은 집에서 해결하고, 점심은 회사에서 해결한다.
끼니의 가장 기본은 밥이다. 이제 밥 짓는 일은 도사가 되었다. 전기밥솥이 해결해 주어 쉽게 극복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학창 시절과 결혼 전에 자취 생활로 밥을 해 본 경험이 있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처음에는 반찬 만드는 것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음식 재료를 다듬고, 조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반찬도 예전 자취 생활의 경험이 있어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을 하면 반찬 만드는 것을 쉽게 배울 수 있었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반찬 한두 가지는 쉽게 만들어 낸다. 원래 요리에 소질이 있었나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내 주변을 맴돈다. 요리는 만들면 되지만 혼자 밥을 먹을 때는 가끔 쓸쓸한 생각이 들곤 한다.
# 세탁
세탁에도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
세탁기의 기능도 여러 가지이기 때문에 세탁기를 돌리는 방법과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세탁물은 분리해서 세탁해야 한다고 아내에게 배웠다. 속옷, 양말, 수건, 색깔 옷, 셔츠 등으로 구분해서 세탁해야 한다고 한다.
속옷, 셔츠 등은 세제와 산소계 표백제를 사용하고, 특히 셔츠는 카라 부분을 손으로 1차 세탁한 후에 옷감이 상하지 않게 울세탁 모드로 세탁을 해야 한다. 그리고 겨울철에는 미온수로 세탁을 해야 때가 잘 빠진다.
# 청소, 정리
제일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 청소와 정리이다.
혼자 살아도 하루 이틀 청소를 하지 않으면 먼지가 수북이 쌓인다. 청소는 무선 청소기와 물걸레 청소 포를 사용하여서 한다. 투룸의 적은 공간이라 청소하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도 청소를 하는 것은 귀찮다. 그런데도 누가 해줄 사람이 없으니 귀찮음의 유혹을 뿌리치고 청소기를 들고 있다.
# 주말의 일상
주말은 항상 바쁜 편이다.
매주 금요일이 오후가 되면 집으로 퇴근을 한다. 금요일 되면 집에 간다는 생각만으로 들떠 있다. 처음보다는 퇴색되었지만 지금도 들뜨는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것도 주말이 바빴기 때문이다. 주중에는 가족과 떨어져 있으므로 주말에는 온전히 가족에게 봉사한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외식을 한다. 딸들은 의례 주말에는 외식하는 것으로 알고 메뉴를 정해 놓는다. 그리고 아내와 딸들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다가 보면 주말은 훌쩍 지나간다. 주말 부부 초기에는 일요일에 집을 떠나는 것이 싫었다. 그래도 세월이 약이라고 이제는 매우 익숙해졌다.
# 주중의 일상
주말에는 지방에 있고 주중에는 수도권에 있다.
주중에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다. 혼자 있다 보니 회사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퇴근 후 남는 시간에는 운동과 투자 공부를 한다. 10년 투자 공부를 하다 보니 실력도 제법 늘었다. 이것 또한 주말부부 생활로 얻은 소득이다. 만일 가족과 함께 살았다면 이만큼 투자 공부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존재한다. 나이가 한 두 살씩 늘어가면서 느끼는 것인데, 세상에는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면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한쪽이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반대쪽은 좋은 일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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