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했다. 참으로 아주 오랜만의 여행이었다.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에 장거리 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작년에 가족들 모두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것을 모두 씻어 내고자 장거리 여행을 계획했다. 한동안 가족들도 바깥바람을 쐬지 못해 움직이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 하기도 하였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가족들 모두가 들떠 있다. 큰놈 작은놈 모두 일찍 일어나 즐거운 마음으로 소지품을 챙겼다. 운이 나쁘게도 간밤에 비가 내렸나 보다. 부산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비가 오락가락 한다. 시원스럽게 고속도로를 달리니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산과 들은 모두 초록으로 덮여있다. 초록색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 지는 느낌이다. 대구에서는 새로 개통한 대구 부산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니 시간이 많이 단축되는 느낌이고 덜 지루했다.
부산에 들어서니 비가 더 많이 내린다. 게다가 안개까지 끼어 지리도 모르는 나에게 운전하기는 더 힘들었다. 지도를 보고,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길을 물어 영도에 도착했다. 영도를 순환하는 도로는 꼬불꼬불 위험하기도 하다. 안개가 많이 끼어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거기서 우리 가족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셨던 스님을 만났다. 그 스님은 세 가지를 당부하셨다.
첫째는 욕심을 부리지 말고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고 하셨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남에게 베풀면 수십 배가 돌아온다고 말씀하셨다. 돌아올 것을 계산에 넣지 말고 무조건 베풀라고 말씀하셨다. 두 번째는 화를 내지 말라고 하셨다. 화를 내면 그것이 병의 발생하는 근원이라고 하셨다. 될 수 있는 대로 화를 자제하라고 하셨다. 세 번째는 어리석은 마을을 갖지 말라고 하셨다. 어리석은 마음이 인생을 고달프게 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다 아는 내용이지만 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그 동안 행해왔던 나의 행동들을 반성하게 되었다.
스님을 뵙고 나서 다음은 해운대로 향하였다. 부산 지리를 잘 모르니 거리와 방향개념이 없다. 이리 저리 헤매며 해운대에 도착했다. 같은 부산인데도 거리가 꽤 멀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아이들에게 부산에 이는 아쿠아리움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아쿠아리움에 도착하니 주차장도 만원이다. 한참을 기다려 입장을 했다. 다양한 물고기가 크고 작은 수족관에 전시되어 있다. 사람을 잡아먹는 피라냐에서부터 각종 희귀한 물고기, 상어, 거북 등 수 백가지 물고기가 있다. 물고기 크기도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사람보다 더 큰 것까지 다양하다. 물고기를 보고 나오니 개구리도 전시하고 있다. 두꺼비와 다양한 개구리 종이 전시되어 있다.
아쿠아리움을 구경하고 나오니 해운대 바다가 넓게 펼쳐져 있다. 다행이 비가 그쳐서 해변을 거닐었다. 해변을 걷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바다가 없는 동네에 사는 우리는 바다구경 한번 하기도 힘들다. 그렇다 보니 바다에 나가기만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떤 사람들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난리이다. 비가 그친 후라 그런지 파도도 제법 높다. 파도가 밀려드는 모습도 신기하다. 이름도 써 놓으면 파도가 몰려와서 금방 지워버린다. 가족들 모두 파도와 장난을 쳤다. 파도가 달아나면 쫓아갔다가 파도가 몰려오면 도망가기를 반복하였다. 이렇게 파도와 장난을 치니 그 동안 묵었던 때가 다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가슴이 후련해 지며 상쾌하다. 바닷가에서 놀다 보니 금방 시간이 지나 어느덧 저녁이 다되었다. 역시 마음이 즐거우면 시간도 빨리 가는 모양이다. 이럴 때는 시계바늘을 좀 느리게 가게하고 싶다.
저녁은 해운대에서 먹었는데, 많은 실망을 했다. 음식점에서 회를
먹지 않는다고 은근이 불친절하며, 서비스가 좋지 않았다. 관광지라 그려러니 하면서도 기분이 나빴다. 그래도 해운대 하면 부산의 대표적 명소인데,
음식점에서 이런 푸대접을 하다니, 어떤 메뉴를 먹든 고객을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즐거운 여행이 저녁을 먹으면서 옥의 티로
남았다. 그래도 낮에 너무 즐거워 저녁 먹을 때의 기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바쁘게 일정을 보낸 탓인지 저녁을 먹고 나니 피로가 몰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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