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에는 날씨가 참 맑았다. 비가 온 뒤라 그런지 하늘이 더욱 투명하고 맑다. 남자들은 아침을 준비하고 여자들은 해운대 바닷가로 나갔다. 맑은 날의 해운대 해변은 더욱 아름다운 것 같다. 숙소에서 내려다보니 집사람과 딸은 해변에서 즐겁게 산책을 하고 있다. 파도가 몰려와 발이 빠졌는지 신발을 벗은 채로 노닐고 있다. 아침준비가 다 끝나갈 무렵 산책 나갔던 사람들이 몰려들어 온다. 별로 준비한 찬은 없지만 나와서 먹는 밥맛이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다. 아침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경주 불국사에 들리기로 했다.
부산 지리를 잘 몰라도 지도를 보니 그래도 찾기가 수월하다. 쉽게 경부 고속도로를 찾아서 고속도로로 접어들었다. 경주에 도착하여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불국사로 향했다. 아침에는 맑았는데, 경주에 도착하니 날이 흐리다. 바람도 많이 불고 날씨가 서늘하다. 나도 반팔에서 긴팔로 바꾸어 입고 아이들은 추울까봐 차안에 있던 얇은 담요를 씌어 주었다. 그 모습이 꼭 잉카제국의 시골 촌놈들 같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고 웃는다. 그래도 추운 것 보다 나을 것 같다. 아이들은 이런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는다. 밖에 나온 것으로 만족해하는 것 같다. 주차장에서 불국사 경내까지도 제법 거리가 멀다. 사실 경주는 태어나서 처음 방문하는 것이었다. 남들은 수학여행도 왔는데, 우리 학교는 촌스럽게도 수학여행을 서울로 갔다. 그 당시에도 불만이 많았는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아쉬움이 남아 있다.
드디어 불국사에 도착했다. 사진이나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말로만 듣던 찬란한 신라의 문화를 이 불국사 하나만 보더라도 실감할 수 있었다. 불국사는 너무 유명한 사찰이라 설명을 하면 오히려 사족이 될 것 같다. 그러나 불국사의 예술성을 보니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불국사를 보면서 신라의 문화가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라한 문화를 바탕으로 신라가 통일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러한 문화는 국력이 뒷받침되어야 발달할 수 있는 것인데, 이러한 문화의 단면만 보아도 신라의 국력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불국사는 여러분도 잘 아시지만 돌을 정교하게 다듬어서 건축한 사찰이다. 청운교 백운교를 보고 있으니 그 당시 석공의 숨은 땀과 눈물이 보일 것 같다. 또한 다보탑과 석가탑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다보탑은 화려해서 아름답지만, 석가탑은 단순하면서 오랫동안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디자인인 것 같다. 천년 전에 요즘 디자인 트랜드에 전혀 손색이 없는 디자인이 나올 수 있는 것에 많은 감탄을 하였다. 새삼 우리 조상들의 우수한 예술성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또한 불국사가 위대하다고 느꼈던 것은 불교의 교리에 입각하여 건축이 매우 과학적이라는 데 있었다. 불교 교리는 잘 모르지만 계단에서부터 각종 건축에 이르기까지 불교의 원리를 따라 과학과 예술을 접목해서 지어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지금보다 더 아름다웠는데, 일본에 의해 소실되어 몇 차례 복구되고 보수하였다고 한다. 이런 문화유산도 국가가 힘이 없으면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불국사의 보물인 사리탑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속에 분노가 일어난다. 일본의 역사학자가 사리탑의 아름다움과 예술성에 대해 신문에 기고를 하였는데, 이것을 보고 어느 몰지각한 일본 사람이 훔쳐갔다고 한다. 그 역사학자가 책임을 느껴 일본의 전국을 뒤져 어느 집이 정원에서 찾아냈다고 한다. 그 때 그 역사학자는 “보물이라는 것은 있을 자리에 있어야 빛나는 것입니다” 라고 설득하여 불국사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는 와중에 사리탑의 갓 뒷부분이 깨져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우리 국민들이라면 한번쯤 가보았을 불국사이지만, 나는 이제야 가서 보고 불국사의 아름다움에 취했다. 다 알려진 내용을 가지고 호들갑을 떤다고 이야기할 사람들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불국사의 아름다움을 보니 저절로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인 불국사의 아름다움이 오랫동안 보존되기를 바라며 그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회상해 본다.
'까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험 보는 날 (0) | 2006.09.15 |
---|---|
휴가와 휴식(1) (0) | 2006.08.06 |
오랜만의 여행(1) (0) | 2006.05.31 |
블로그에 대한 방황 (0) | 2006.05.30 |
곡예단 관람 뒤의 쓸쓸함 (0) | 2006.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