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야기

요즘 아내의 적군은 대조영과 블로그

행복한 까시 2007. 11. 17. 09:09
 

 얼마전부터 아내에게는 두가지 적군이 생겼다. 텔레비전에서의 적군은 드라마 ‘대조영’이고, 컴퓨터에서 적군은 ‘블로그’이다. 이 두가지 적군이 아내를 괴롭히고 있다. 아내는 이 두가지 적들과 열심히 싸우지만 지금 전세는 약세이다. 초기에는 아내의 전세가 강해서 블로그와 대조영이란 적이 힘을 쓰지 못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조영과 블로그의 힘이 강해서 아내도 포기를 한 것인지 아니면 져주는 것인지 요즘은 전세가 많이 약해져 있다. 그래도 대조영과 블로그는 긴장을 누추지 않고있다. 대조영은 아내의 눈치를 보며 조심해서 시청하고, 블로그 또한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 대조영

 

 대조영 드리마는 요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시청률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만 보아도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텔레비전을 그리 즐겨보지 않던 나도 어느 순간부터 대조영에 취해버렸다. 사실 올해는 개인적으로 방황할 일도 있었고, 시간도 많아 나도 모르게 드라마에 빠져 버린 것 같다.


 대조영을 보는 이유는 드라마의 줄거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호기심과 흥미를 더해 주는 것도 있다.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발해는 스쳐 지나갔기 때문에 발해라는 나라가 더 궁금증을 주었다. 국사 시간에 발해에 대해서 배운 것은 오직 대조영이 발해를 세웠다는 사실만 배웠다. 발해의 역사가 200년 넘게 지속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발해를 왜 세우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배우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발해가 우리 역사에서 어떻게 정통성을 갖는지에 대해서도 배우지 않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발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드라마 ‘대조영’이 아내의 적이 된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먼저 아내는 일찍 잠자리에 드는 편이다. 나를 비롯하여 두 딸들이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아내가 자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일요일 저녁 늦게까지 드라마를 보면 월요일 아침에 딸들이 일찍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 일찍 일어나게 해야하는데, 아이들이 늦게 자니 아내의 심기가 불편한 것이다. 그리고 딸들은 주말만 되면 대조영이 나오기를 목빼고 기다리고 있으니 그것도 못마땅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내가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에만 붙어 있으니 못마땅 한 것이다.


 이래서 대조영은 아내의 적군이 되었다. 아내는 농담으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대조영이 웬수다. 이해고가 대조영을 싫어하는 것보다 내가 더 싫어 할 것이다. 빨리 대조영이 끝났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를 비롯하여 두딸들은 꿋꿋하게 대조영을 본다. 그리고 아내에게도 같이 보자고 유혹을 한다. 두 딸들도 엄마도 같이 보자고 애교를 부린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아내도 가끔은 대조영을 본다. 그렇지만 언제 돌변하여 대조영을 보지 못하게 방해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 블로그


 글쓰는 것을 취미로 시작한 블로그가 요즘은 아내의 적군이 되었다. 블로그에 할애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내가 불만이 있는 것 같다. 며칠 전에 청석님의 블로그에 ‘아내의 최후 통첩’이란 글이 올라 왔다. 블로그를 하면서 일어나는 사모님과의 갈등을 그린 글이다. 그 글을 읽고 공감이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청석님과 같은 상황의 블로거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아주 가끔 글을 올렸지만 최근 들어 글을 올리는 빈도가 높아지자 아내의 은근한 압력이 들어오고 있다. 어제는 컴퓨터에 앉아 있는 나를 향해 한마디를 날렸다.

 “당신 컴퓨터하고 결혼을 한거야?”

 “컴퓨터가 당신 애인이지?” 

 이 말을 듣고 나서 내가 블로그에 너무 심취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내 성격 탓도 있다. 나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집에 오면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한다. 이것을 하지 않는 시간은 잠으로 피로를 푼다. 이렇게 하다가 보니 아내는 얼굴을 보며 대화를 하고 싶은데 대화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아내는 내가 컴퓨터에 앉아 있으면 불러댄다. 이것 좀 도와 달라고 부드럽게 부른다. 과격하게 소리치는 것보다 더 무섭다. 아내의 부탁을 들어주고 나서 컴퓨터에 앉으면 또 부탁을 한다. 이런 식으로 아내는 블로그질 하는 나에게 은근한 압력을 행사해 온 것이다. 이것도 부족하면 아이들과 합세를 해서 한마디를 한다. 

 “얘들아 너희 아빠는 컴퓨터 밖에 모른다.”

 “맞어 아빠는 맨날 맨날 컴퓨터만 하구.”

 이렇게 하면서 아내의 전세가 강해졌다. 마음속으로는 블로그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강하게 표현하지는 않지만 느낌으로 알 수가 있다.


 아내의 전세를 약화시키는 방법은 딱 한가지뿐이다. 아내가 좋아하는 딸들 이야기를 자주 올리는 것이다. 아내는 딸들 이야기를 즐겨 읽는다. 댓글까지 꼼꼼하게 읽으며 즐거워한다. 요즘은 아내이야기도 종종 쓰고 있다. 그래야만 아내의 전세를 약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블로그를 하다가 보면 아내의 불만도 적어지게 된다. 블로그를 하는데 아내가 싫어하면 아내와 함께 블로그를 하라고 권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