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야기

어머니와 아내의 경쟁에서 오는 행복

행복한 까시 2008. 12. 23. 12:43

 블로그에 써 놓은 글을 보면 어머니가 많이 등장한다. 내가 읽어 보아도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어머니의 글을 마음속으로 내심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내이다. 어머니에 대한 글이 나오면 아내는 나를 놀리는 것으로 공격을 대신한다.

 

 “ 아휴 당신은 엄마 밖에 몰라. 엄맘마마마마~마~마.....엄맘마마마마~마~마....”

 특유의 악센트까지 넣어가며 나를 놀려 댄다. 그것도 부족하면 핸드폰 속의 내 이름에도 ‘엄맘마마’라고 써 놓기도 한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쓰면 아내는 질투심이 발동하는 것 같다. 하긴 나도 아내가 장인어른에 대한 이야기를 멋지게 블로그에 쓴다면 아내와 같이 질투심이 발생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아내보다도 더 불편한 심기를 들어낼지도 모를 일이다.


 블로그에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을 굳이 변명하자면 어머니는 과거형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헤치자면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등장한다. 어린시절의 추억 속에는 언제나 어머니가 있었다. 그만큼 어머니는 늘 내 주위에 있었다. 그러니 과거의 이야기를 하자면 어머니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어머니는 어린시절 정신적인 지주였다. 그만큼 어머니는 정신적으로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어머니가 하는 행동 말투 하나하나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러니 어린시절 추억을 들추어 낼 때에는 어머니가 등장할 수밖에 없다.


 어머니가 과거형라면 아내는 현재형이다. 지금은 아내가 늘 함께 있기 때문에 현재형이다. 늘 언제나 같이 있기 때문에 항상 대화를 많이 주고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블로그에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가끔 한번씩 등장시켜 토라진 아내의 마음을 잠재울 뿐이다. 아내는 우리가 늙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현재형이다. 같이 사는 동안은 언제나 현재형일 것이다. 늘 같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소홀해 지기 쉬운 것이 아내의 자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는 안테나를 높이 세우며 남편이 딴 생각을 하지 않는지 주위 깊게 살피는 것이다. 심지어는 남편의 마음이 시어머니에게 가는 것도 철저하게 파악해 내는 것이다.


어제는 가족이 모두 모여 만두를 만들었다. 음식을 만드는데 총 사령관은 아내가 맡았다. 나와 딸아이들은 보조를 맡았다. 아내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먼저 김치, 두부, 당면, 돼지고기, 숙주나물을 넣은 만두소를 만들었다. 다음은 딸들과 함께 만두를 빚었다. 가족들이 함께 도와서 일을 하니 만두 빚는 일이 금세 끝났다. 만두가 찜통에서 먹음직스럽게 익어 갔다. 한참 후에 만두를 꺼내서 한입 베어 물면서 아내가 한마디 한다.

 

 “ 여보, 만두가 참 맛있다.”

 “ 당신도 한번 먹어 봐요. 어머니가 만든 것보다 훨씬 더 맛있어.”

하며 즐거운 미소를 날린다.

 

 

 

 

 평상시 어머니가 해준 음식에 열등감이 많았나 보다. 하기는 신혼 초에는 아내의 음식이 시원찮은 게 사실이다. 그런데 결혼 생활 십여 년 지난 지금은 음식을 제법 잘 한다. 내가 객관적으로 보아도 음식을 잘 한다. 그래서 요즘은 음식을 하면 어머니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다. 어머니가 이 사실을 알면 하룻강아지 범무서운 줄 모른다며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내는 음식에 대해 자신감을 얻었는지 기세가 등등하다.


 어머니의 음식 맛은 과거의 추억 때문에 맛있는 것이고, 아내의 음식 맛은 현재의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맛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맛을 상대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서로 다른 별개의 것이라고 해야 맞는 말일 것이다. 음식의 성향이 다르듯 어머니와 아내의 사랑 성향도 다른 것이다. 어머니의 사랑과 아내의 사랑은 질적으로 서로 다른 것이다. 그러니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서로 경쟁을 하지 않고 무장 해제를 해도 될 것 같다. 서로 사랑의 영역이 틀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도 어머니와 아내의 경쟁관계는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어머니와 아내의 경쟁은 사랑이기 때문에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