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야기

엄마가 아이들에게 하는 세 가지 거짓말

행복한 까시 2009. 1. 9. 15:45

 아이들은 방학중이다. 아이들은 방학이 되어서 신나지만, 반대로 괴로운 사람은 아내이다. 아이들과 싸우는 것도 힘들고, 삼시 세끼를 먹여야하는 것도 아내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나까지 집에 있으니 아내는 집에서 더 바쁜 것이다. 농담조로 가끔 이렇게 말한다.

 “ 아이들이 방학이면, 엄마들은 개학이야. 아이들이 개학을 해야 엄마들이 방학을 하는 것이지.”

방학 동안에 고달픈 엄마들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집에 있는 관계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내가 하는 말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엄마는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많이 한다.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다가 보니 그 말이 거짓말인지도 망각하고 있다. 이런 거짓말을 듣고 있으면 속으로 웃음이 난다. 하지만 웃을 수도 없다. 웃다가 아내에게 걸리면 아내의 눈초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말괄량이 같은 아이들과 씨름 하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하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거짓말을 보면 항간에 떠도는 3대 거짓말과 흡사하다. 마음에는 없는 거짓말을 늘 입에 달고 사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3대 거짓말에는 처녀가 ‘저 시집 안가요’ 할머니가 ‘아휴 얼른 죽어야지’ 장사꾼들이 ‘이거 밑지고 파는 거야, 거저 주는 거야’ 하는 말들이 있다. 아무리 믿고 싶어도 믿을 수가 없는 거짓말들이다. 아내도 아이들에게 협박처럼 거짓말을 달고 산다.

 

 

 # ‘공부하지 마’


  아내가 가장 많이 쓰는 첫 번째 거짓말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우리 딸들도 공부하기를 싫어한다. 하긴 어른들도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공부를 하는 것인지, 노는 것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연출되면 아내가 하는 말이다.

 “얘들아 공부하기 싫으면 하지마라.”

 “너희들 공부시킬 돈으로 우리 맛있는 것이나 사 먹으련다. 그리고 엄마 아빠 노후 준비도 해야 되니 잘 됐네, 난 공부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공부 안 시킨다.”


 아내는 이렇게 말하지만 새빨간 거짓말이다.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바라는데, 공부는 하지 않고 딴 짓만 하니 화가 나서 하는 말이다. 공부한다고 책은 펴들고 있는데, 한 십분 이면 해치울 분량을 두 시간씩 놀면서 하고 있으면 아내도 참지 못하고 폭발해 버리는 것이다. 아이들이 학원도 안가고 오로지 집에서만 공부를 하다가 보니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긴장감이 없고, 아내는 아내대로 불안하여 이런 거짓말을 밥 먹듯이 달고 사는 것이다. 

 

 

 # ‘밥 먹지 마’

 

 아내의 두 번째 거짓말 이다. 아이들의 편식 장난이 아니다. 학기 중에는 점심 한 끼는 학교에서 해결하니 엄마들이 홀가분하다. 세끼를 만드는 것도 힘들지만 밥 먹이는 것도 장난이 아니다. 아이들 편식도 먹을 것이 너무 풍부해서 생기는 것 같다. 과거 먹을 것이 없던 시절에는 편식이란 것이 없었다. 그저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입에 맞는 반찬만 선호한다. 입에 맞는 반찬이 없으면 밥 먹는 시간이 길어지게 마련이다. 아내가 참다가 못 참겠으면 한마디 한다.

 “야 너희들 밥 먹기 싫으면 밥 먹지 마.”

 “점심도 없어, 그냥 굶어.”


 이렇게 이야기 하지만, 막상 아이들이 밥을 먹지 않으면 속으로 애타고 가슴 아픈 것이 엄마들이다. 이런 것을 잘 알기에 어린시절 화나고 속상하면 단식 투쟁을 많이 해 봤다. 그러나 배가 고파서 단식 투쟁에 들어간 나도 엄마 못지않게 치명적인 손해를 입곤 했다. 한 번은 아내가 밥을 정말로 치운 적이 있었다. 딸아이들의 일기장을 보니 적혀 있었다. 한 끼를 굶게 하고, 아내는 마음이 아팠는지 저녁에 더 맛있는 요리를 해 주었다고 한다. 엄마의 마음은 이런 것이다. 밥 먹지 말라고 해 놓고, 막상 밥을 먹지 않으면 속으로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엄마인 것이다.  

 

 

 # ‘나가, 들어오지 마’


 아내가 세 번째로 많이 하는 거짓말이다. 아이들이 둘이다 보니 자주 싸운다. 별것도 아닌 것으로 다툰다. 예를 들면 욕실에 먼저 씻으러 들어가려고, 양치 먼저 하려고, 컴퓨터 먼저 쓰려고, 전자 오르간 먼저 쓰려고, 좋은 연필 서로 가지려고, 예쁜 수첩이 생겼을 때 먼저 가지려고, 과자 한 개라도 더 먹으려고 하는 등등 싸우는 이유도 참 많다. 게다가 서로 사소한 말장난으로 놀리면서 수시로 싸워 댄다.


 정말 하루라도 싸우지 않으면 입안에서 가시가 돋치나 보다. 사소한 싸움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지만 어느 선을 넘으면 나와 아내가 한마디 한다.

 “야 너희들 그렇게 싸우려거든 나가.”

 “나갈 때 옷도 입지 말고 나가. 추운데 오들오들 떨어 봐야 정신을 차리지.”


 말은 이렇게 하지만 속으로는 나갈까봐 겁난다. 아이들이 순진해서 아직까지 집을 나간 적은 없다. 천만 다행이다. 막상 아이들이 집을 나간다고 해도 걱정이다. 여자 아이들이라 잠시라도 집을 내보내면 걱정이 태산인 것이다. 나가라고 해 놓고 다시 들어오라고 하기에는 부모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 때문에 난감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집을 나가지 않기에 두 놈들을 붙잡아 놓고 손을 들게 하여 벌주는 것으로 아이들의 끝없는 다툼은 마무리 된다.



 엄마들이 많이 하는 세 가지 거짓말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다. 아이들도 그것을 잘 알기에 이런 협박을 들어도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엄마의 속마음을 너무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들은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이 세 가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