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나와 아내의 모습을 반반씩 닮은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한 까시 2008. 3. 29. 10:01
   

 옛말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지극히 당연한 속담이 있다. 예전에는 왜 이렇게 당연한 것이 속담으로 전해 내려 왔나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요즘 들어 이 속담이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바로 자식들이 부모를 닮는 유전 현상 때문이다. 자식들이 부모를 닮는 것은 유전적으로 볼 때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 우리 딸들의 행동을 보면 과거의 나를 보는 것과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웃음이 절로 나온다.


 자식들이 부모를 닮는 유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눈에 보이는 외모가 닮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문제들 즉 가치관, 성격, 마음씨, 습관, 취향 등등의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적으로 닮는 것이다. 외모가 닮은 것은 일반적으로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지만, 정신적으로 닮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롭고 신기하다. 나 같은 경우는 외모는 아버지를 닮았지만 성격은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 어머니와 대화를 하다가 보면 어찌 그리 생각하는 것까지 같은지 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정신적인 것과 관련되는 내면을 닮는다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부모의 능력을 닮는 것이다. 공부하는 능력이라든지, 미술, 음악, 체육 등 예체능을 잘하는 능력, 말을 잘하거나 글을 잘 쓰는 능력 등을 닮는다. 다음은 부모의 성격인데, 예를 들면 부모의 내성적인 성격, 외향적인 성격, 착한 성격, 이기적인 성격, 긍정적인 성격, 부정적인 성격, 보수적인 성격까지도 자식들은 거의 유사하게 닮는다. 그 다음은 부모의 취향이나 습관도 그대로 닮는다. 술, 담배, 커피 등의 기호 식품을 좋아하는 취향도 닮고, 심지어는 잠버릇, 걷는 모습, 말투, 목소리, 앉는 모습 등의 모든 습관도 닮는다.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자식들이 자신을 닮았는지 확인하려고 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을 닮은 구석이 없으면 아내를 의심을 하기도 하고, 유전자 검사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아마도 동물적 본능이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동물들도 자기 자식이 아니면 학대하는 것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종종 볼 수가 있다. 이런 본능적인 면에서는 사람들도 동물과 다르게 없는 것 같다.  


 요즘 큰딸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어릴 적 행동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큰 딸은 외모는 아내를 닮았어도 행동하는 모습은 나와 똑같다. 작은 딸은 외모는 나를 닮았지만 행동하는 모습은 아내와 거의 똑같다. 내가 어릴 때는 그림 그리기, 만들기를 좋아해서 종이만 생기면 그림을 그리고 만들기에 열중했는데, 큰 딸도 똑같이 지금 행동하고 있다. 그리고 어릴 때 많이 신경질적이고, 밥도 잘 먹지 않았는데 그것 또한 딸들이 똑같이 행동한다. 작은 딸은 아내를 닮아 명랑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며, 암기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가끔 엉뚱한 발상도 잘 한다. 가끔 아이들이 이상하거나 좋지 않은 행동을 하면 서로 누구 닮았냐고 추궁하기 바쁘다. 분명히 둘 중에 한사람을 닮았기 때문이다. 만일 둘 다 아니라면 친가나 외가 쪽의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닮았을 것이다.


 유전이라는 것은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한 것이다. 나의 단점을 자식들이 닮았다고 생각하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단점을 빨리 인정하여 자식들에게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도록 도와준다면 단점은 어느  정도 극복될 것이다. 자식이 공부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부모 본인들이 공부를 잘했나? 못했나를 생각해 보면 답이 쉽게 나온다. 부모 자신은 공부를 못했으면서 자식이 공부 잘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럴 때에는 부모 자신의 공부 성향을 분석하여 자식들에게 접목하는 것이 중요하고, 부모 자신이 갖고 있는 다른 재능을 발굴하는 것이 훨씬 현명할 것이다.


 "뇌내 혁명"이라는 책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유전정보에는 과거에 부모나 선조들이 경험하고 학습한 것도 유전자에 새겨진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들은 부모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유전적인 것에서부터 환경적인 것까지 모두 부모의 역할이 매우 크다. 사랑스럽고 귀한 우리 자식들에게 많은 관심 갖고 더불어 우리 자신을 냉철히 분석하여 아이들의 교육문제라든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물려준다면 모두 훌륭한 아이들로 성장할 것이다.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