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철학에 대해서 생각해 보다.

행복한 까시 2008. 5. 18. 17:45
 

 철학이란 말은 좋은 단어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철학의 의미는 너무도 심오하여 뜻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인 뜻은 지( 知)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지( 知)를 사랑하는 일은 참 행복한 일이기도 하다. 말 뜻은 이렇게 멋지고 좋은데, 사람들은 철학 이야기만 나오면 왠지 거리를 두려고 하고, 어렵게 생각한다. 아마도 철학이라는 학문이 난해하고, 복잡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철학이라는 학문의 접근 자체를 어렵게 해서 그런 것 같다.


  학교때 철학에 대해서는 잠깐 배운 기억이 있다. 철학의 진정한 학문 보다는 철학자에 대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어렵고 난해하기만 하였다. 그러다 보니 철학은 어려운 과목이라는 인식만 쌓이고, 철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보통 사람이 아니 것 같은 기인(奇人)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많았다. 또한 학창시절 철학시간에는 각 학파만 외우다 보니 철학 하면 아무 것도 기억나는 것이 없고 어렵다는 생각만 들었다. 차라리 고대의 철학자들 처럼 한가지 주제에 대해 탐구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더라면 철학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을지도 모른다.


  요즈음은 모든 부문에 철학이란 단어가 붙는다. 경영철학, 인생철학, 교육철학 등 가치관과 세계관을 뜻하는 말로 변형된 것 같다. 그래서 가치관이 뚜렷하거나 소신이 있는 사람을 가르켜 그 사람 철학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은 철학이 있는 사람도 드문 것 같다. 정치나 교육계를 보아도 철학을 가지고 소신 있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이렇듯 철학은 참 복잡한 학문이지만, 철학은 모든 학문의 근본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철학에 대해 너무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 거의 전무하다.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을 보면 기인(寄人) 취급을 하니 말이다. 철학에서 과학(물리, 화학)과 수학이 탄생했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관심이 없다. 학문에 대해서 근본을 따지기 보다는 쉽게 성적만 올리려고 하는 편법이 판을 치고 있다. 어쩌다가 학원의 강의를 들으면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한다. 재미 있는 표현으로 외우기 쉽게 요령만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많은 것이다. 모두 성적만 잘 받으면 된다는 성적 지상주의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대학 입학 자격 시험)는 우리나라의 대입 논술 시험과 비슷한 것이라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이 시험의 수준은 격조가 있고 품위가 있다. 여기서 프랑스 입시제도를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에게 보다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프랑스 입시만의 고유한 과목인 철학의 경우는 출제 문제의 격조 높은 수준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그 해 출제된 철학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가 되며, 국민 전체가 각자 한 번씩 생각해보는 문제로 인식되기도 한다고 한다.


  2001년도의 철학 문제가 더더욱 그러했는데, 출제된 문제는 '참을 수 없는 것은 참아야 하는가?'라는 문제였다. 93년에는 '사실은 언제나 사실처럼 보이는가?', '진리는 인간을 구속하는가, 자유롭게 하는가?' 등의 문제가, 95년에는 '미래는 근심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경험은 인식의 유일한 원천인가?', '모든 이념에 대해 관용해야 하는가?' 등의 문제가 출시되었다.바로 바칼로레아 철학 과목의 존재는 근본적으로 따지기 좋아하고 토론, 논쟁이 습관화된 프랑스인들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것을 볼때 주입식 교육만 받고 속된말로 찍기시험(4지선다형)만 치른 나로서는 부러운 마음이  든다. 프랑스 시험 정도로 공부하려면 무척이나 힘들다. 하지만 국가 경쟁력이 있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해야할 부분인 것 같다.


 요즘 우리 사회는 너무 쉬운 것만 하려하고 쉽게 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고 경쟁력 있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어른들도 책을 많이 읽고, 자녀들에게도 책을 많이 읽게 하여 바른 사회, 건강한 사회, 지식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공부도 저절로 잘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인생철학, 삶의 철학도 저절로 생기고, 정립된다. 왜냐하면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그만큼 간접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책을 많이 읽고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가 되기를 바라면서 철학에 대해 별로 알지도 못하지만 몇자 끄적거려 보았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철학 교육을 강화시켜 학생들이 왜 학문을 하는지에 대해 보다 뚜렷한 가치관이 정립되어, 공부에 더 흥미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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