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초저가제품은 소비자에게 별로 득이 되지 않는다.

행복한 까시 2008. 9. 11. 20:42

 산업 전반에 걸쳐 저가제품들이 난립하고 있다. 의류, 장신구, 중국산 장난감, 완구, 생활용품,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온통 가격파괴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그 이면에는 엄청난 함정이 존재하고 있다. 저가 제품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OEM 사에 근무하거나 관련된 사람들이다. 먼저 저가 제품들은 대부분 주문자생산방식(OEM :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으로 제조되어 납품 받는다. 이런 회사들은 납품하는 업체에게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납품하라고 압력을 넣어 생산하도록 한다. 그렇다보니 OEM 사는 말도 못하고 낮은 납품가격으로 납품을 하고, 심지어는 이문도 남기지도 않고 납품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그러면 납품을 말지 왜 하느냐고 질문할 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납품업체는 영세하기 때문에 공장을 가동시키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납품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주 대금이 물려 있어서 납품하기도 한다. OEM 업체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근로조건 및 임금 수준은 보통회사 보다 열악할 수밖에 없다. 주문한 업체에서 무리하게 납기 일정을 당기면 일요일에도 나가서 일하는 것이 보통이다. 야근은 거의 밥먹듯이 하고, 직원들은 오랜 야근으로 인해 항상 피로가 누적되어 있다.   


 두 번째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소비자이다. 현란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넘어가게 마련이다. 물론 마케팅에 유혹 당하는 소비자가 문제이지만, 어쨌든 소비자가 피해를 당한다. 한 10년 전에 모회사의 저가 의류가 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나도 몇 장의 티셔츠를 샀으나 몇 번 입으니 옷에 변형이 생겨서 입을 수가 없었다. 이것은 엄청난 손해이다. 싼 가격에 샀다고는 하지만 그 돈은 그냥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돈을 지불할 때에는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그만큼의 효용을 얻어야 하는데, 효용을 못 얻었다면 돈만 날린 것이다. 초저가 화장품도 마찬가지이다. 화장품도 의류와 마찬가지이다. 싸다고 샀는데 한두 번 쓰고 나니 더 이상 쓸 수가 없다면 이것도 효용은 얻지 못하고 비용만 날린 것이다. 특히 저가 화장품은 거품을 제거했다고 하는데 광고하는 것을 보면 고가 화장품 보다 더 많이 광고하는 것 같다. 이러한 마케팅비용을 제하고 난다면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화장품을 만들었는지 의문스럽다. 


 셋째는 할인점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혀 알지 못하는 피해이다. 대부분의 할인점 상품들은 가격이 싸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브랜드는 같지만 일반 시중에서 파는 제품과 엄밀히 비교해 보면 질이 다르다. 단적인 예를 들면 들어 아기들 기저귀는 일반 시중 제품에 비해 크기가 약간 작은 것을 알 수 있다. 할인점 상품들도 대부분 주문생산 방식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좀더 고가로 판매되는 일반 시중제품과 질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유통이 발달하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가격은 내려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내린 물건값으로 인한 품질저하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입을 수밖에 없다. 고가 제품이든 저가 제품이든 선택의 몫은 소비자 자신이다. 가장 현명한 소비자는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싼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다. 요즈음은 광고를 많이 하는 제품도 품질이 수준이 낮은 제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이 물건을 살 때 아주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고가의 물건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치가 아니다. 대신 물건을 자주 사지는 않는다. 한번 사면 남들이 놀랄 정도로 오래 사용한다. 여태껏 싼 물건에 대해 실망을 너무 많이 하였기 때문이다. 초저가 제품도 시장의 일부 기능을 담당한다. 저가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회사라고 해도 사람들이 어느 정도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업가 정신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운 미련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