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만우절에 꼭 거짓말을 해야 하는가?

행복한 까시 2009. 4. 1. 08:18

 4월의 첫날이다. 오늘이 만우절이라고 한다. 출처도 분명치 않은 날이다. 유럽에서 건너온 풍습인데, 우리나라에서 더 유명하다. 서양에서 건너온 발렌타이데이처럼 만우절도 우리나라에서 더 유행하고 있다. 마치 만우절에 거짓말 한 가지도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치부되기도 한다. 오늘은 어떤 거짓말로 골탕을 먹을지 모르니 은근히 신경이 곤두서는 날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거짓말 때문에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상에는 갖가지 거짓말이 유포되고 있다. 특히 우리가 다 아는 뻔한 거짓말도 많다. 이런 거짓말은 귀가 따갑게 들었던 거짓말들이다.


 # 노처녀 : “저 시집 안가요. 혼자 살래요.”

 # 수험생 : “큰일 났다. 나 공부 하나도 못했어.”

 # 간호사 : “이 주사 하나도 안 아프거든요.”

 # 여자들 : “너 젊어 보인다. 어머, 너 왜 이렇게 예뻐졌니?”

 # 연예인 : “그냥 친구이상으로 생각해 본 적 없어요.”

 # 교장   :  (조회 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간단히 말해서…….”

 # 친구   : “이건 너 한 테만 말하는 건데…….”

 # 장사꾼 : “이거 밑지고 파는 거예요. 한 푼도 안 남아요.”

 # 아파트 분양 광고 : “위치는 지하철역에서 5분 거리입니다.”

 # 수석합격자 : “비결은 그저 학교수업에 충실했을 뿐 이예요.”

 # 정치인 : “ 한 푼도 받지 않았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납니다.”

 # 할머니 : “아이구 얼른 죽어야지.”


 그래도 이런 종류의 거짓말은 애교로 보아 줄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처럼 애교로 보아줄 수 없는 뻔한 거짓말이 너무 많다. 애교로 보아주는 것이 아니라 들으면 역겨운 거짓말들이 널려 있다.  


 첫 번째 거짓말은 애국에 대한 거짓말이다. 요즘 기득권층 특히 나라의 정책을 움직이는 사람들이나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들은 눈만 뜨면 나라를 사랑하자는 애국을 외친다. 그러나 말로는 애국을 외치지만 마음은 전혀 아닌 것 같다. 우선 자식들 군대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국적을 포기하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사회 지도층이 정말 애국자라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군대를 보내자고 하고, 국적을 포기하지 말자고 하며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말로만 외치는 애국은 의미가 없다. 물론 조용히 애국을 실천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비주류로 밀려나는 느낌이다.



 두 번째 거짓말은 경제에 대한 거짓말이다. 경제적으로 소득의 분배를 외치는 사람들이 새로운 세금정책이나 부동산 정책이 나오면 더욱 거세게 반발한다. 일반적으로 기득권층이 부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득의 재분배가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이다. 즉 말로는 분배를 외치면서 마음속으로는 부동산 장만하고, 절세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부자들을 원망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은 나름대로 노력해서 부를 축적했으니까 말이다. 적어도 정치권이나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거짓말을 안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세 번째 거짓말은 교육에 대한 거짓말이다. 말로는 평준화 교육 외치면서 자기들 자식들은 몰래 유학을 보낸다든지 특수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다. 물론 자식 앞에 장사는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혜택을 주어야 하지 않는가? 아무것도 모르고 정책에 순응하는 소시민들만 손해를 보는 것 같은 피해의식이 생겨난다.


 요즘 거짓말이 너무 난무한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거짓말이 무조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적당한 거짓말은 인생을 즐겁게 한다. 예를 들자면 여성들에게 예쁘다고 하는 칭찬 같은 거짓말은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또한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똑똑하다고 들으면 설령 똑똑하지 않더라고 해도 기분이 좋을 것이다. 너무 지나치게 오버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어른이 되어 갈수록 마음에 없는 거짓말을 많이 하고 살아간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다. 접대용 발언 이란 것이 있다. 마음속은 아닌데 입으로는 해야 하는 말들 말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시트콤에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시트콤이 재미있는 것이다. 마음속 구석에 있는 말을 끄집어내기 때문이다. 이런 접대용 발언을 하지 않고 만약에 마음속에 담은 것을 그대로 입으로 발산한다면 아마 정신적 미숙아라고 사회에서 낙인찍힐지도 모를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는 적당히 마음에 없는 말도 해야 품위도 있고, 어른다워 질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사회 지도층이나 기득권층은 지나치게 마음속 생각과 다른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니 국민들이 이제는 믿지도 않고,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사회나 국가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보다 솔직해 져야 한다.


 오늘은 만우절이다. 거짓말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면서 만우절이라고 또 거짓말을 해 댄다. 아마도 거짓말 때문에 곤혹스러워 하거나 고통스러운 사람도 많을 것이다. 거짓말이 많은 세상에 살면서 차라리 오늘 하루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만우절을 반대로 해석해서 거짓말 하지 않는 날로 정했으면 한다. 사람들이 이 글을 읽으며 이 내용도 거짓이라고 생각할까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