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주말은 왜 이렇게 짧은지 모르겠다.

행복한 까시 2008. 3. 30. 17:56
 

 # 금요일 오후에

 

 금요일 오후만 되면 연구실이 분주해 진다. 주 5일 근무로 금요일이 주말이 되었기 때문이다. 진행하던 실험이나 업무를 빨리 마치느라 분주하다. 일을 마치지 못하고 이틀을 지내고 나면 일의 흐름이 끊어져 월요일에 일을 하는데 애로 사항이 많아진다. 주말 부부로 지내는 사람들은 서둘러 가족들을 찾아가기 위해 금요일 오후부터 마음이 들뜨고 있다. 가족들이 있는 품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좋은 일이다. 일주일 동안 떨어져 있으면 아내와 아이들이 얼마나 보고 싶겠는가? 겪어 보지는 않았지만 그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갈 것 같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금요일 오후가 되면 바빠진다. 일주일 간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다음주에 할일을 미리 계획 세우느라 분주하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누적된 피로가 금요일이 되면 최고조에 이른다. 게다가 금요일 오후 긴장까지 풀어지면 아무런 일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한 가지라도 더 마무리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렇게 일을 하다가 보면 동료들이 하나 둘씩 연구실을 빠져 나가서 나중에는 나 혼자 남는 경우가 많다. 나도 서둘러 마무리를 하고 연구실을 한바퀴 둘러본다. 전열기, 실험기구, 컴퓨터 등의 전원코드는 제대로 뽑혔는지 점검을 하고, 불필요하게 작동되고 있는 기기는 없는지 확인을 한다.

 

 마지막으로 스위치의 불을 끄면 회사는 암흑과 같다. 나가는 문도 제대로 찾을 수가 없다. 한참을 지나야 시각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어 어둠 속에 희미하게 문과 복도가 눈에 들어온다. 암흑 속을 탈출하는 사람처럼 조심스럽게 회사 문을 나선다. 한주가 끝났다는 해방감이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하지만 온몸은 천근만근이다. 그래도 내일 아침에는 늦잠을 잘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마음 또한 상대적인 가벼움을 느낀다. 금요일은 다른 날보다 비교적 퇴근이 빠르다.


 집에 들어서면 두 공주가 반갑게 맞이해 준다.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반갑게 맞아준다. 조금 더 크면 이렇게 맞아주지도 못하겠지 하며 속으로 미소를 짓는다. 아이들이 어릴 때 조금이라도 행복을 더 느끼기 위해 과장되게 행동을 한다. 나도 반갑게 아이들을 안아 준다. 주중에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지 못해 한 시간 정도 아이들과 놀라 주었다. 아이들이 너무도 좋아한다. 몸은 피곤하지만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행복감을 느낀다. 이 것이 주말의 서막인 것이다.

 

 

 #토요일에

 

 토요일 아침 느긋하게 기상을 한다. 잠을 많이 잤다는 사실 하나로도 행복한 아침이다. 잠이 많은 나는 잠잘 때가 제일 좋다. 아침형 인간이 잘 산다고 하는데, 나는 유전적으로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먼 모양이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었다. 학교가 바로 집 옆이지만, 이사 온 이후로 학교에 한번 가 보지 못했다. 아이들이 어떤 학교에 다니나 궁금해서 아이들과 동행하기로 한 것이다. 아빠와 같이 등교하는 것 또한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행복인 것 같다. 학교에 가다가 보니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 부모들이 많았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을 데리고 등교하는 학부모들이 눈에 띈다.


 비가 와서 오후에도 잠을 청했다. 피곤해서 그런지 눕자마자 잠이 들어 오후 내내 잠만 잤다. 일어나 보니 저녁때이다. 너무 많이 자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일을 도와 달라고 한 것도 아직 처리를 못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그 일을 시작했다. 밤 한시가 되어서여 겨우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이렇게 하다가 보니 토요일도 후딱 지나가 버렸다.

 

 

 #일요일에


 오늘도 집안일 이것저것 하다가 보니 점심때가 되었다. 점심에는 가족들에게 인심 좀 썼다. 한주 동안 집에서 일한 아내에게 바람 좀 쐬어 주고 싶었다. 집안일 하느라 밖에도 못 나가서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그리고 아이들도 바깥바람을 쐬어 주는 것이 기분전환이 될 것 같았다.


 내가 출근하는 길을 따라 회사로 향했다. 일요일에 회사 가는 길은 한산하기만 하다. 회사를 옮긴지 얼마 되지 않아 가족들에게 회사를 보여 주고 싶었다. 아내도 아이들도 좋다고 한다. 밖에서 회사를 구경하고 회사 근처의 한정식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밖에서 먹는 밥이 맛이 있는 모양이다. 가족 모두가 맛있게 식사를 하였다. 점심을 먹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이발을 하였다. 이제야 주말의 일들이 겨우 끝난 것 같다.


 주말에도 왜 이렇게 할일이 많은지 모르겠다. 학교도 가야하는데 가지 못했다. 학교까지 갔더라면 더 힘들 뻔 했다. 모임도 있었는데, 참석하지 못했다. 주말에도 스케줄을 모두 챙기면 주중 못지않게 바쁘다. 생략하고 빼먹고 하니 그나마 약간 쉴 시간이 있는 것이다.


 일요일 오후가 되면 아쉽기만 하다. 주 5일 근무로 처음에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았지만, 오래 지속되다가 보니 이틀 쉬는 것도 짧아진 느낌이다. 사람은 참으로 간사한 것 같다. 하루 쉬다가 이틀을 쉬니 처음에는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에 외서는 이틀도 아쉽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아무튼 일요일 오후가 되면 회사 가서 일할 생각에 마음이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한다. 이 땅의 모든 샐러리맨이 그런 마음이 들 것이다. 아무튼 돈을 번다는 것은 힘든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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