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이사를 하면서 생각난 것들

행복한 까시 2008. 3. 4. 22:27
 

 지난 주말에 이사를 했다. 갑작스럽게 이사를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전부터 이사를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다. 무엇보다도 윗층이 너무 시끄러워 이사를 하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우선 이사를 하려면 아이들 학교나 어린이집 문제가 걸렸고, 또한 최근 갑자기 집값이 많이 올라서 망설이고 있었다. 집값이 갑자기 많이 올라서 대출을 받아야 하고, 대출 이자를 감당하려면 수월찮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후를 생각하면 선뜻 이사를 가려던 마음이 달아나 버렸다.  


 한 달 전에 어느 일요일 이었다. 미용실에서 이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전에 아내가 말했던 아파트가 생각났다. 그 아파트를 구경하고 싶어졌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애에게 아파트 구경을 가자고 하였다. 아내도 흔쾌히 같이 가자고 하였다. 일요일이라 부동산 중개업소가 문을 닫았다. 그냥 돌아오려고 하는데, 멀리  부동산 중개업소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문이 열려 있었다. 아파트 좀 구경 할 수 있냐고 물으니 매물이 나온 것이 있다고 했다. 아내와 같이 아파트를 구경하니 마음에 쏙 들었다. 아파트를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생각보다 돈이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리저리 계산을 하니 답이 나올 것도 같다.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이참에 아파트를 구입하라고 계속 권유를 한다. 나와 아내는 잠시 집에 가서 생각을 하고 결정을 하겠다고 했다. 집으로 오면서 아내와 상의를 하였다. 그 순간에도 마음의 갈등은 계속 되었다. 과연 아파트를 장만하여 이사를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였다. 이리저리 돈을 계산하고 나서 가능할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다시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서 아파트를 계약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이사하는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다행이도 살고 있던 아파트도 원하던 가격에 쉽게 팔려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한 달 만에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또한 아이들의 학교 문제가 걸려 있어서 이사를 빨리 진행 할 수밖에 없었다.


 이사 날을 받아 놓고 나니 한 달이 금방 지나갔다. 포장 이사 계약을 하고, 이사 갈 집 도배 문제, 주택 대출문제를 정리하다가 보니 한 달이란 시간이 짧기만 하였다. 게다가 그 중간에 설날이 끼어 있어 일정은 더 짧았다. 막상 이사할 날이 다가오자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옆 동네로 이사를 가는 것이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아내도 섭섭한 마음이 드는가 보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 집은 결혼을 해서 신혼살림을 차린 집이다. 그리고 그 집에서 아이들을 둘을 낳아 키웠기 때문에 정이 더 들었다. 아이들도 정든 곳을 떠나기가 섭섭한 것 같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좋은 마음도 있다.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마음으로 사는 것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변화가 있는 것도 좋은 일이다. 늘 한자리에만 머물러 있으면 지루한 느낌만이 마음속에 남는다. 그래서 우리 가족 모두 마음 한구석에는 섭섭한 마음이, 다른 한 편에는 기분 좋은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사를 하는 날도 바빴다. 짧은 시간에 도배도 하고, 이사를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도배 때문에 짐은 전날 빼서 이삿짐 센터에 맡겼다. 우리 가족은 잘 곳이 없어 찜질방 신세를 졌다. 여자 아이들을 데리고 여관에서 잔다는 것은 좀 그래서 찜질 방을 택했다. 아이들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좋아서 야단이다.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나와 아내는 이사 때문에 심난한데, 아무 것도 모르고 찜질 방을 누비고 다니니 말이다.


 이삿짐이 들어오는 날도 정신이 없었다. 청소할 시간이 없어 입주 청소를 하지 않았더니, 이삿짐센터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청소를 해 가며 이삿짐을 풀었다. 이삿짐을 다 풀고 나서도 할일은 많았다. 도배를 하고 청소를 하지 않아 바닥이 엉망이다. 몇 번을 쓸고 닦아 내니 좀 깨끗해 졌다. 마지막으로 스팀 청소를 하니 그제야 좀 발을 디딜 수가 있었다. 그리고 집안 가재도구를 사용하기 편하도록 위치를 바꾸었다. 그렇게 하다가 보니 이틀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오랜 만에 힘쓰는 일을 했더니 온몸이 쑤셔 온다. 이삿짐 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에 비해 아무것도 아니지만 팔다리가 너무 아팠다.


 그리고 이사를 하니 할 일도 많다. 가스도 연결해야 하고, 텔레비전도 유선으로 신청해야 하고, 관리사무소에 가서 신고하고, 전입신고 하고, 아이들 전학시키고, 인터넷이전, 전화이전 등 무수히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일들을 하다가 보니 주말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이제야 조금 정신이 들어 글을 쓴다. 아직도 이사 온 집이 낯설기만 하다. 불을 키려고 해도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고, 용케 스위치를 찾았어도, 어떤 스위치가 내가 키려고 하는 불인지 헷갈리기만 한다. 몇 번 헷갈리는 상황이 지속되자 아내는 스위치에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 이런 면에서 아내는 나 보다 더 꼼꼼 한 것 같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도 습관적으로 전에 살던 아파트 층을 누르려고 나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간다. 이런 일도 며칠만 있으면 금세 익숙해질 것 같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금방 적응해 버린다. 새로운 집의 상황에 맞게 행동도 변해 갈 것이다. 그래서 내 몸에 잘 맞는 옷처럼 이 집도 맞춰질 것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정이 들어 갈 것이다.